퇴직금의 연금화…"전 사업장 의무화, 상품 다양화, 수익률 실험"

세종=조규희 기자 2025. 1. 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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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크레바스] <하> '샐러리 시프트'(salary shift, 유연한 임금 통한 한국형 재고용)⑥정부, 근로자 퇴직금여 보장 노력
[편집자주] 올해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데,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다. 특히 퇴직 후 소득공백(Crevasse)은 노인 빈곤을 더 악화시킨다. 정년과 연금 제도의 불일치로 60~65세는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혼(滿婚) 추세 속 소득공백은 이제 '공포' 그 이상이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가 이어지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공백의 현실을 진단하고 소득 공백을 늦출 일자리,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연금 개혁 등 합리적 대안을 짚어본다.

독일 겔젠키르헨의 한 공원 벤치에 2023년 4월5일 할머니들이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독일 내각은 24일 올 여름부터 퇴직자 연금을 현재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4.57% 인상하는 안을 승인했다. 2024.04.24. /사진=뉴시스
정부가 퇴직금의 연금화를 가속화하면서 수익성 창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시작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국민의 안정적 노후 보장이 국가적 과제가 됐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복지제도로는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400조원을 향해가는 퇴직연금의 전 사업장 적용과 기금 운용 방식의 다변화가 주된 방향이다.

대한만국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사용자는 △퇴직금 △퇴직연금 △중소기업퇴직연금 중 하나 이상을 의무적으로 설정하고 근로자의 노후를 위한 퇴직급여를 부담해야 한다.

1961년 의무제도로 시작된 퇴직금 제도는 1987년 10인 이상 사업장 적용에서 2010년 모든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다만 사업주가 사내에 적립한 퇴직금을 경영상의 이유로 퇴사자가에게 지급하지 않는 등의 임금 체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정부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제정하고 2005년 12월부터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금융권에서 퇴직금을 관리하니 퇴사자는 임금 체불의 걱정이 없고 사업자는 사외 적립금이 100% 손금이 인정되니 법인세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금체계가 △1988년 국민연금 △1994년 개인연금 △2005년 퇴직연금 등 3층 연금체계를 구축해 국민 노후의 다양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3.8%의 증감률을 기록하고 있다. 근로기간 1년 이상, 주15시간 이상 근로자만 가입대상인데 전체 가입대상자의 53%에 해당하는 675만명이 퇴직연금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가입사업장은 42만9000여개로 도입률은 26.4%수준이다. 2005년 도입 이후 20년이 지났으나 사업장 도입률은 26-27%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 도입률은 23.7%로 300인 이상 사업장도입률 91.9%의 1/4수준이다.

사실상 임금체불이 영세사업장에 집중되고 체불액의 40%는 퇴직금인 점에 비춰보면 근로자의 노후보장은 불확실하고 체불 위험은 높아지는 상황이란 의미다. 정부가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퇴직연금 제로를 대기업부터 소기업까지 단계적으로 전 사업장 의무화 방침을 발표한 이유다.

수익률 제고 또한 중요한 방점이다. 퇴직금은 매년 쌓이고 연금 수령까지 길게는 몇십년이 걸리는데 돈을 묵혀두기 보다는 금융권을 활용해 적립금의 수익성이 증대돼야 사용자도, 근로자도 퇴직연금 제도 가입과 활용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 △2022년 0.02% △2023년 5.26%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은 2010년과 2023년 뿐이다.


우선 정부는 근로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퇴직연금계좌에서 운용 중이던 투자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현물 그대로 다른 계좌로 이전하는 제도로 퇴직연금 상품 유형이 동일하다면 수익률을 비교해 A사에서 B사로 상품을 갈아탈 수 있다.

올해는 '일임형 퇴직연금'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방법에 관한 의사결정을 일임업자에게 일임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현행 퇴직급여법상 일임형 퇴직연금계약은 금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개인연금과 관련해 연금 형태로의 수령 유도를 위해 연금 종신 수령을 선택할 경우 연금소득세율을 현재 4%에서 3%로 인하를 추진한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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