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 은퇴 후 연봉 2800만원"…임금 확 깎여도 일 할래요

정진우 기자 2025. 1. 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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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크레바스] <하> '샐러리 시프트'(salary shift, 유연한 임금 통한 한국형 재고용)⑤고령층 일자리 확대
[편집자주] 올해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데,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다. 특히 퇴직 후 소득공백(Crevasse)은 노인 빈곤을 더 악화시킨다. 정년과 연금 제도의 불일치로 60~65세는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혼(滿婚) 추세 속 소득공백은 이제 '공포' 그 이상이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가 이어지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공백의 현실을 진단하고 소득 공백을 늦출 일자리,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연금 개혁 등 합리적 대안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025 노인일자리 사업 신청이 시작된 2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내년도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은 2조 1,847억원(정부안, 2024년 2조 262억원)으로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와 신노년세대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보다 6.8만 개를 확대한 109.8만 개가 제공된다. 2024.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사례1 .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을 기점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대진여객은 중장년 직원들이 많다. 현재 5개 노선 86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200여명의 운전기사 중 43명이 정년(만 63세)을 넘겼다. 이 회사는 기사들이 은퇴 후에도 건강 등이 괜찮다면 최대 3년 더 '계속고용'을 하고 있다.

대진여객 이공윤 전무는 "정년을 넘긴 기사들도 정부의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활용해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퇴직 후엔 임금이 기존의 80%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기사들은 임금이 깎여도 정년 후에도 계속 일을 해 돈을 버니까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례2 . 30여년간 인쇄업계에서 사무관리 업무를 한 김종길(가명)씨는 57세에 은퇴했다. 엑셀을 비롯해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났지만 재취업엔 계속 실패했다. 나이가 문제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정부의 재취업 프로그램(호텔종사자 양성과정)에 참여해 결국 호텔업종 시설관리직 취업에 성공했다.

김 씨는 "현장 면접을 통해 서울 소재 관광호텔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며 "객실품질 관리 담당이 주 업무인데 연봉은 2800만원 수준으로 은퇴 이전보다 많이 받지 못하지만 4대 보험 혜택도 받고 연금을 받기 전까지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중장년 세대 중엔 은퇴 이후에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정년 시점과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탓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 덕분에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갖는 사람들도 많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 하는 등 인구구조에 큰 변화가 닥친 2025년 이후의 현실은 심각하다. 실제 올해부터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 나이(60세)대에 들어선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중장년 재취업 시장에 쏟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계속고용'은 결국 '샐러리 시프트'(salary shift, 유연한 임금을 통한 한국형 재고용)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샐러리 시프트'란 젊었을 땐 높은 급여를 받고 일할 기회가 많았겠지만 고령층 재취업 시장에선 근로자의 생산성과 기업의 여건 등을 감안해 급여가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현실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고령층 일자리 확대가 결국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샐러리 시프트'는 대한민국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다.


지난해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도 이 화두를 던졌다. 이 회장은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제안을 했고 정부도 초고령사회에 맞게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이지만 2050년에는 2000만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이러다간 생산 인구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샐러리 시프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정년 연장 첫해엔 정년 피크 임금의 40%를 받고, 10년 후인 75세에도 20% 정도를 받도록 해 (노인의) 생산 잔류 기간을 10년 연장하자"며 "연금 등 노인 부양을 비롯한 초고령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지적대로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 빙하 속 깊이 갈라진 틈을 뜻하는 crevasse에서 유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샐러리 시프트'는 필수다.

전반적인 임금체계 개편 원활화를 위한 제도 개편(근로기준법에 불이익 변경 절차 완화 명시 등)이나 적어도 정년연령대 임금 조정을 명확히 해야 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사회적 합의 없는 정규직 형태의 정년연령 연장은 중장년 연령대와 청년세대에게도 좋지 않다. 인건비 부담 탓에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초고령화 시대엔 정부가 강제적으로 '정년연장'을 추진할 게 아니라 노사가 사업장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고용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근로자들은 은퇴 이후에도 일을 더 하려면 임금이 깎일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업들 역시 노동력 부족 현실을 감안해 고령자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도 "오는 2031년이면 인구의 절반이 50세 이상이 되고, 그 이후엔 인구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이 차지하게 되므로 고령층도 역량에 맞는 일자리와 임금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며 "연금을 받는 나이와 정년연령을 같게 하거나, 은퇴전보다 임금이 줄더라도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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