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석 감독 “이중정체성 고민 영화로 풀어… ‘평화적 공존’ 韓사회 중요 화두” [2025 신년특집-광복 80년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재외 한인 삶 영화화’ 전후석 감독
美변호사서 독립영화 감독 전향
‘헤로니모’ ‘초선’ 이어 차기작 준비
코리아드림 외국인 유입 급증세
한국 다원성 고민 선택 아닌 필수
소수 이방인 ‘디아스포라적 사유’
혁신 필요한 세계시민의 소양
한반도를 떠나서 사는 한국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전후석 감독은 “디아스포라적 사유를 하는 사람이 곧 세계시민”이라고 말한다. 본국에 살건 타국에 있건 한 사회의 소수 이방인처럼 사유할 줄 아는 힘이 세계시민으로서 필요한 소양이라는 의미다. 지배적인 그룹이자 다수는 세계의 한 단면을 본다면, 소수자·이방인은 다차원적으로 사회와 인생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귀띔한 세 번째 작품은 북한에서 10여년간 장애아동 치료를 했던 재미한인 박사의 이야기다. 전 감독은 “안타깝게도 북한의 문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상황이 아니어서 한국에서 가능한 한 촬영을 먼저 하려고 왔다”고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집권 때 소수자 배척 담론이 형성돼 힘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이 암담하기도 했다”면서 트럼프 2기 출범이 한국행에 영향을 줬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변호사에서 독립영화 감독으로의 진로 변경은 흔하게 있는 일은 아니다. 첫 작품 때만 해도 예상치 못했다. 20∼30분짜리 유튜브 영상 하나 만들 생각으로 쿠바에 갔다가 ‘그 정도 규모는 아니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렇게 뛰어들어 3년 반 정도를 영화 제작에 투자했다. ‘헤로니모’를 완료한 후에는 법조계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때마침 읽은 존 볼턴 미국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자서전에서 두 번째 작품의 영감을 얻어 ‘초선’ 제작에 들어갔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소감에 대해서는 “우리가 식민지로부터 해방이 됐지만 온전한 복원이 아닌 아직도 분단 상태라는 것에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 정권이 그 책임을 이념에 돌린 구시대적 회귀가 너무나 참담하다”고 전 감독은 말했다.
한국에서 지금 디아스포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 감독은 “‘공존’이라는 화두에 한국 사회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 10년간 경제·문화적으로 폭발 성장한 한국에 ‘코리안 드림’을 갖고 유입될 해외 인구는 늘어날 것이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정학적 특수성도 고려하면 “평화적 공존, 다원성,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정말 선택이 아닌 필수적 지향점”이라고 전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과연 한국이 그런 교육이나 문화적 노출을 하는 사회였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다수에 속해서 편하게 산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생각해 볼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도덕·철학적 기제가 없을 때 우리는 디아스포라들의 존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평화적 공존’과 혁신을 화두에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본국이 아닌 곳에서 손님,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이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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