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쇼크’… 배터리 기업 10곳 영업익 반토막

이정구 기자 2025. 1. 6.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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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터널’ 끝이 안 보여

국내 배터리 업계 대표 기업의 2024년 영업이익 실적은 모두 ‘비상’이다.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영업이익은 약 6984억원으로 전년(2조1632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 삼성SDI도 약 7692억원으로 전년(1조6334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SK온이 포함된 SK이노베이션도 2136억원으로 전년(1조9039억원) 대비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경영 실적은 장부 숫자 이상으로 나쁘다. 미국 정부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을 하는 대가로 주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로 추정된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2952억원 흑자에서 작년엔 약 4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반도체 불황에도 한국 산업을 이끌었던 전기차·배터리 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주요 1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났고, 보조금 효과를 제외하면 10개 기업 중 약 7개 기업이 적자 위기에 놓였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쇼크’가 본격화한 것이다. 1000조원 넘는 수주를 달성한 배터리 3사도 국내외에서 투자를 연기하고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중국의 공습으로 음극재 공장 가동률이 크게 낮아진 포스코퓨처엠 역시 음극재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내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분야 투자를 연기하거나 대폭 축소했고,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가 파산하는 등 배터리 산업 전반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불황 터널 끝 안 보이는 배터리 업계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 주요 10개 기업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약 4조9860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2023년) 약 11조9465억원 대비 절반 미만이다. LG엔솔, 삼성SDI, SK이노베이션(자회사 SK온 포함) 등 배터리 3사, LG화학,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SKIET, 더블유씨피 등 배터리 소재 기업 7사 대부분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내던 배터리 3사는 영업이익이 수천억 원대로 급감했고,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업적자가 유력하다. 배터리 소재 대표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2952억원 흑자에서 작년 약 397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노스볼트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지만 노스볼트 파산으로 수주가 급감한 엘앤에프도 적자가 2배 수준으로 늘 전망이다.

◇전기차 내수 2년 연속 감소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떠받쳤던 전기차 내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도 악재다. 지난해 완성차 5사(현대차, 기아, GM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9만1385대로 2023년(11만5900대)보다 21.2% 줄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는 2020년 3만1356대에서 2022년 12만3676대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2023년 소폭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엔 연 10만대 선이 무너졌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가 관세 인상 등을 내세워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의 현지 생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내수 감소는 배터리 등 전기차 생태계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올해부터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나마 줄어든 국내 전기차 수요를 잠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은 “현대차·기아도 현지 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수 감소는 부품 업체 등 업계 전반에 위기”라며 “특히 중국이 강한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의 비율이 2030년에는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中 맞설 유일한 생태계, 생존 전략 고심

SK온, 대규모 구조조정… LG엔솔, 비상 경영 선언

한국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생태계로 꼽힌다. 미국, 유럽은 완성차 기업에선 앞섰지만 배터리 기술력이 없어 한국,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캐즘’과 ‘중국 저가 공세’ 이중 악재에 시달리며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20%대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생존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캐즘 이후를 대비하며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다.

출범 이후 적자가 이어졌던 SK온은 작년 7월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2달 뒤인 9월 말에는 희망퇴직과 무급휴가 신청을 받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LG엔솔도 지난 연말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지난 10년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매출 역성장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소재 분야 대표 기업도 빠르게 투자를 축소하고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등 생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설비투자 규모를 1조5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축소하고, 해외 합작 공장 일정을 연기했다. 포스코퓨처엠도 투자를 중단하고 일부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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