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쿠르스크 전투서 북한군 1개 대대 이틀새 전멸”

김동현 기자 2025. 1. 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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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대대, 수백 명 규모로 보여
12월 26일(현지 시각) 공개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OF)이 생포한 북한군 병사 사진. /친(親)우크라이나 성향 텔레그램 채널 '엑사일노바 플러'(Exilenova+) 캡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격전을 벌이는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1개 대대가 이틀 사이에 전멸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밝혔다. 쿠르스크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영토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 3~4일 (쿠르스크) 마흐노프카 마을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 결과, 러시아군은 북한군 보병과 러시아 낙하산 부대로 이뤄진 1개 대대를 잃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가 ‘1개 대대’의 인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수백 명 규모로 보인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현지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3~4일 쿠르스크 등 최전선에서 북한군을 포함한 러시아군 전사자가 151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투입된 북한군은 총 1만2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의 사기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는 정황도 폭로됐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2일 X에 “새해 전야에 북한군 병사들이 전장에서 과음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북한군) 하급 지휘관들은 사상자 수를 상부에 거짓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선 지난달 31일 북한군의 오발(誤發)로 러시아군 세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달 1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텔레그램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전사한 북한군의 일기 등을 연달아 공개하며 북한군이 사실상 총알받이로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 숨진 북한군 병사 ‘정경홍’이 사면·감형을 약속받고 파병된 이른바 ‘죄수 부대’ 일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의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엔 우크라이나군 드론(무인기)을 격추하는 데 북한군 병사가 ‘인간 미끼’로 쓰이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젤렌스키는 지난달 23일 쿠르스크에서 발생한 북한군 전사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는데, 이 중 일부는 포로로 잡혔다가 북한에 있는 가족이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군이 병력 손실 규모를 자세히 파악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이보케이션인포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고위 장교가 지난달 27일 자국 병사들의 사상 규모와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쿠르스크에 있는 러시아군 기지를 방문했으며, 그가 와 있는 동안 북한군의 전투 참여는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나아가 쿠르스크에 투입된 북한군 4개 여단 중 1개가 이미 전투 불능 상태라고 전했다.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공세로 쿠르스크 전선의 교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공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4일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미국산 에이태킴스(ATACMS·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 여덟 발을 격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의 나디야 마을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선 같은 날 러시아군의 유도 폭탄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10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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