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I 무장한 전기차 시동 걸었다...CES 전면 재등장

라스베이거스/특별취재팀 2025. 1. 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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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상을 뒤바꾸다] [5] CES서 부활 예고한 日
토요타 우븐 시티 CES 2025 티저 영상 캡처. /토요타 유튜브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 기술(IT) 전시회 ‘CES’는 최근 10여 년 동안 사실상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대결장이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의 화웨이와 TCL 등이 경쟁적으로 최대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 ‘CES 2025’에선 다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대거 참여한다.

그래픽=양진경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는 흔히 ‘AI 시티’로 불리는 ‘우븐 시티(Woven City·織造都市)’를 들고 5년 만에 CES에 돌아온다. 축구장 약 100개 면적(70만8000㎡)의 도시 전체를 AI가 관리하는 것이다. 5년 전 첫 구상 발표 후 최근 건설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도요타의 AI 기술이 집약된 도시가 어떻게 움직일지 CES에서 공개한다. 소니와 혼다, 파나소닉도 AI가 탑재된 가전과 미래형 자동차를 전시할 예정이다.

CES는 2000년 이전까지는 일본의 독주였다. 소니는 1981년 CES에서 처음 CD플레이어를 발표했고, 닌텐도는 1985년 비디오 게임을 선보이며 CES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 한국·중국에 가전·스마트폰 시장을 내주며 중심에서 밀려났다. IT 산업에서 뒤처졌던 일본은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빅테크의 AI 연구 거점을 유치하며 부활하고 있다. 오픈AI·MS·구글 등이 AI의 테스트 베드(실험장)로 일본을 선택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기업 혼다의 차세대 전기차 ‘0 시리즈’의 콘셉트카 사진. 혼다는 이번 CES 2025에서 0 시리즈 프로토타입(시제품) 2종을 공개한다. /혼다

◇AI로 무장한 전기차, 일본도 시동 걸었다

인공지능(AI)은 PC와 인터넷, 모바일로 이어져 온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꾸고 있다. 이 같은 산업 대전환기는 기존 산업 분야에서 뒤떨어졌다 하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선점하면 한 번에 따라잡을 수 있다. 일본은 ‘AI 시대의 도래’를 계기로 잡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기업의 AI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180억엔(약 1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또 글로벌 빅테크의 AI 거점을 일본에 유치해 ‘AI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작년 11월 도쿄에 아시아 지역 AI 연구소를 세우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AI 연구와 혁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오픈AI는 작년 4월 일본에 아시아 첫 사무실을 개소했다. 구글의 자율 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올해 도쿄에서 자율 주행 차 시험 운행에 들어간다.

그래픽=김성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5’는 일본의 AI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국내 전자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로봇 등 일본의 제조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 AI와 만나면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며 “일본이 급부상하면, 한국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된다”고 했다.

◇AI로 직조한 도요타 ‘우븐 시티’

이번 전시에서 외신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도요타의 ‘우븐 시티’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6일 CES에서 직접 ‘우븐 시티’에 대해 발표한다. ‘우븐(woven)’은 직물을 짠다는 뜻이다. 자동 직물기 회사로 시작한 도요타자동차의 뿌리를 상징하면서, ‘도시의 여러 기능과 구성원들이 촘촘히 연결된 도시’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도요다 회장은 5년 전 CES 무대에서 “도요타는 모빌리티 업체를 넘어 자율 주행과 AI에 기반한 스마트 도시를 선도하는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며 우븐 시티 계획을 공개했다. 도요타가 시즈오카(靜岡)현 스소노(裾野)에 짓는 우븐 시티에서는 자율 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로보틱스, 스마트홈 커넥티드 등의 기술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다. 모두 AI를 근간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AI 시티’로도 불린다. 2021년부터 착공에 들어간 도시 건설 1단계 과정은 지난해 끝났다.

◇자율 주행 내세운 일본 자동차

일본이 AI와 관련해 가장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가 자동차다. 일본 2위 완성차 업체 혼다는 2026년 출시할 ‘0 시리즈’ 전기차 콘셉트카 2종을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한다. AI 기반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탑재해 차세대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실내 공간은 커넥티드 카(인터넷에 항상 연결된 스마트 차량)를 표방한다. AI와 빅데이터가 운전자의 성향을 파악해 음악을 추천하는 등 비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는 CES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열고, 브랜드 첫 전기차 ‘아필라’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발표한다. 아필라는 혼다의 차체 기술에 소니의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결합한 차로,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AI 기반 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운영 체제를 탑재했다.

스즈키는 전기 로봇 구동 장치인 ‘마이크로 e-모빌리티 플랫폼’을 선보인다. 바퀴와 지지대가 결합된 이 플랫폼 위에 목적에 맞는 로봇을 결합하면, 건설·물류·제설을 비롯한 산업 분야에 투입할 수 있다. 주행 안전성이 높아 최근 로봇 산업에서 화두인 자율 주행·AI와 같은 기술도 접목하기 쉽다.

올해는 기조연설 연사 명단에 유키 구스미 파나소닉 홀딩스CEO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엔 연사 명단에서 일본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파나소닉 역시 90년대까지 세계 반도체·가전 선두 업체였다가 다른 일본 기업들과 함께 쇠퇴했다. 최근 에너지, AI 홈 등 신사업에 힘을 쏟으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AI 홈 기반의 에너지 관리 설루션을 전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사람처럼 학습을 통해 필요한 해답을 내놓고, 추론하는 기술. AI는 주변의 환경 변화에 맞춰 대응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설루션도 제안한다. 스스로 학습하면서 다방면에 걸쳐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범용 인공지능(AGI)의 출현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CES 특별취재팀]

변희원 팀장, 윤진호·오로라·이영관·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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