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3Q] US스틸 인수 막힌 日, 앞으로 어떻게 되나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가 미국 정부 불허로 무산된 후폭풍이 거세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전날 인수 불허 방침을 발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4일 “일본 산업계에선 미국 투자에 대한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바이든 정권에 (불허) 판단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제철도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소송 불사 방침을 밝혔다. 군사·안보 등 각 분야에서 최고 동맹으로 꼽히던 미국과 일본 관계가 철강업체 인수를 두고 왜 이렇게 냉랭해졌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일본은 왜 이렇게 반발하나
세계 철강 4위 일본제철이 2023년 말 미국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1조9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걸림돌은 없어 보였다. 20세기 미국 산업화를 이끈 US스틸이지만 지금은 세계 철강 순위(생산량 기준) 20위 밖 신세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해 6500만t인 연간 생산량을 8500만t으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 1억t 생산이 가능한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입지를 다진다는 구상이었다. 독자 생존조차 힘겨운 US스틸에 현금과 기술을 보유한 일본제철의 인수는 서로 윈윈 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인수 계획 발표 뒤 바이든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해 11월 직접 서한까지 보낼 정도로 해결에 매달렸다. 일본은 같은 편이라고 철석같이 믿은 동맹국 미국이 자국 국익을 앞세우며 인수를 무산시킨 데 대한 배신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Q2. 바이든은 왜 불허했나
표면적으로 내세운 불허 이유는 ‘철강이란 전략 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을 해외 매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독보적이었던 US스틸의 위상이 지금은 세계 20위권 정도에 불과하다. 인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회의를 비롯해 재무부·국무부·국방부 유관부처에서도 이번 인수에 대해 ‘심각한 안보 위험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정치적 요소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조합원 약 85만명인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이 US스틸 매각에 강력히 반대했다. 노조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피츠버그는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으로서는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노조와 경합주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든이 인수를 승인해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노조와 경합주 표심에 생색냈을 것이라는 고려도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Q3.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나
우선 일본제철에 금전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일본제철은 US스틸 측에 5억6500만달러(약 8316억원)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제철이 이번 방침에 반발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 나왔지만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키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도 공개적으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도 “소송으로 뒤집기는 어렵다”고 본다. 소송은 미국 대통령의 판단이 아닌, 유관 기관의 의사 결정에 대해 문제 제기에 불과하며 설령 승소한다 해도 수년은 걸려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의 일부 생산공장만 따로 인수하거나, 현재 세계 2위 아르셀로미탈과 함께 설립한 미국 내 합작법인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일각에선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주장하는 트럼프에게 일본제철이 추가 투자와 같은 선물을 제시해 상황을 뒤집는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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