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테러범, 車 잘못 골라”
“사악한 멍청이들이 테러 공격을 하기 위해 잘못된 차량을 선택했다.”
지난 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지난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트럼프호텔 앞에서 발생한 테슬라의 전기 픽업 ‘사이버트럭’ 폭발 사건의 용의자를 겨냥한 내용이다. 당시 트럭에 있던 폭발물이 터지면서 인근에 있던 7명이 부상하고, 용의자인 특수부대 소속 군인 리벨스버거는 폭발 전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머스크는 사건 후 라스베이거스에 팀을 파견해 수사관들이 폭발한 자동차 잔해에서 데이터와 영상을 추출하도록 도왔고, 콜로라도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운전하는 용의자를 추적한 테슬라 충전소의 영상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사이버트럭에 탑재된 엄청난 수의 카메라가 폭발 전 용의자의 마지막 순간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3일 전했다. 실제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기능을 분석해 보면, 운전자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 테슬라의 최첨단 기능들이 운전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 위해 대량의 개인정보 수집
‘움직이는 컴퓨터’라고 불리는 테슬라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위해 최소 8대의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다. 다른 자율주행 차량들은 레이저를 발사해 주변 사물의 거리와 형태를 관측하는 ‘라이다(LiDAR)’를 흔히 사용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라이다 대신 더 많은 카메라를 장착해 주변을 인식하게 설계돼 있다. 카메라로 전후방과 측면 등 360도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장애물이나 도로표지판, 차선, 신호등을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해 경고를 보내는 내부 카메라는 운전 중인 탑승자의 행동을 일일이 탐지한다. 음성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마이크는 운전자의 음성 정보를 저장한다.
테슬라는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둔 뒤 자동차가 와이파이(Wi-Fi)에 연결되면 테슬라 서버로 전송해 자율주행 고도화에 활용한다. 지금까지 3억 마일(약 4억8280㎞)에 달하는 주행 영상 데이터를 모은 결과, 이제 테슬라는 차선이 명확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주변 지형과 표지판, 신호등 등을 읽고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으로 테슬라가 자동차 움직임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운전자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에도 주차 보조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GPS 데이터 등을 수집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운전자 보조 기능과 내부 컴퓨터는 물론 전 세계에 깔린 테슬라 전용 ‘수퍼차저’ 충전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주차된 뒤에도 카메라로 주변을 기록하는 ‘센트리 모드’로 감시한다. 테슬라는 ‘밀리미터 단위’로 모은 정보를 기반으로 운전자에게 자율 주행과 도난 방지 등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다량의 개인정보를 언제든 누군가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비영리단체 감시기술감독프로젝트(STOP)의 앨버트 폭스 칸 대표는 “테슬라는 바퀴 달린 감시탑”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우려
테슬라가 수집한 수많은 개인정보가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재작년에는 로이터통신이 9명의 전직 테슬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내부 직원들이 테슬라에 장착된 카메라에 담긴 영상들을 몰래 공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테슬라 운전자가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들이받는 장면이 녹화된 화면이나, 한 남성이 알몸으로 자동차에 접근하는 모습 등을 직원들이 돌려본 것이다. 테슬라가 자사 자율 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카메라로 수집한 영상들을 수작업으로 보행자나 도로 표지판 등으로 분류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영상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보안 문제로 일부 정부 청사와 군부대 주변, 주거 지역에서 테슬라 운행을 금지하고 중국 내에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중국 밖으로 전송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중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데 활용됐다면 회사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특정 정보만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기술 결함 등을 이유로 테슬라를 상대로 여러 소송을 제기한 돈 슬라빅 변호사는 “테슬라 자동차는 충돌이나 범죄의 최고 목격자가 될 수 있지만 데이터를 공유할 때는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것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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