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쇼트폼 빠져 허우적댄다면… 산책·명상이 ‘해독제’ [건강+]
과정 없이 짧은시간 강한 자극 주는
SNS·음식 등 대상 과도한 욕구 뜻해
무력감·우울감·강박 등 부작용 유발
아이들에겐 ADHD·학습장애 위험도
장기간 명확한 목표·보상 설정 도움
이는 흔히 말하는 ‘도파민 중독’이다.
도파민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호르몬 중 하나다. 우리의 몸에는 4000개 이상의 호르몬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으로 잘 알려졌다. “도파민이 폭발하는 장면” “오늘 하루 도파민 다 끌어썼다” 등 극한의 즐거움을 느낄 때 언급된다.
◆도파민 중독의 무서움 ‘내성’
그저 즐거움을 선사한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중독’이다. ‘도파민 중독’은 단순히 도파민 분비량 자체가 늘었다는 점이 아니라 도파민과 결합하는 수용체(신호를 수신·전달하는 단백질 구조)를 포함한 생성·방출·결합 등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편의적으로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도파민 자체가 아니라 스마트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유튜브, 게임, 술, 마약, 약물, 음식 등 뇌에서 도파민의 분비를 유발하는 활동, 물질, 자극 등에 중독됐다는 의미”라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볼 때, 밤에 야식을 먹을 때, 우리 뇌는 도파민을 분비해 단기적인 쾌감을 선사하는데 이런 쾌감이 지나치게 반복될 때 장기적으로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이른바 ‘도파민’ 중독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파민은 “두 얼굴의 호르몬”이다. 뇌의 보상시스템과 관련된 도파민은 쾌감이나 즐거운 상태가 아니더라도 ‘보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라면 그 역할을 한다. 대입이나 취업 등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고 성취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수많은 고통을 지나도록 ‘동기부여’를 가능하게 하는 호르몬인 셈이다.
안 교수는 “도파민이 투수라면 도파민 수용체는 이를 받아들이는 포수 역할을 하는데, 도파민이 비정상으로 과잉분비되면 우리 몸은 도파민 수용체를 줄여나간다”며 “도파민 생산을 아무리 늘려도 기능적인 측면에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도파민 고갈 상태까지 가게 되면 무력감과 우울감, 불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내성’이 생기는 셈이다. 반대로 도파민이 과다하게 되면 강박이 심해지거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의처증·의부증, 충동성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약물중독자의 도파민 수용체 활성화 상태를 비교해보면 이는 더욱 명확하다. 극단적으로 필로폰 중독자는 투약 시 도파민이 정상 분비량 대비 최대 1200%까지 증가해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일상생활에서는 더이상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유·소아 쇼트폼 중독… 학습장애 이어진다
‘중독’은 어린아이들에게 더욱 위험하다.
안 교수는 “10∼20대에는 도전, 인내, 끈기 같은 것이 가장 중요한데, 어렸을 때 도파민 중독이 되면 일상생활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우울감에 빠지거나, 아이들이 부모와 상호 작용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언어인지와 사회성 발달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2021년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쇼츠 같은 중독적인 영상은 뇌를 과도하게 자극해 좌우뇌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ADHD 및 학습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도파민 중독’이 더 잘되는 사람도 있다. 안 교수는 “△유전적으로 도파민 수용체 유전적 변이를 가졌거나 △지나치게 부유하거나 가난한 경우 △부모가 실제 알코올·약물 중독자 △양극성장애·우울증 등 정신질환자 △건강한 보상 경험 부족 등이 있다면 중독에 더욱 취약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파민과 그의 친구들’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친구들은 △우울감을 완화하고 행복감을 증진하는 세로토닌 △극심한 통증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엔도르핀 △사회적 유대감과 신뢰를 느낄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 △수면과 생체리듬 조절의 멜라토닌 등이다.
‘호르몬의 노예’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간과 목표,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점검해나가며 단기(2주), 중기(1개월), 장기(3개월 이상)로 이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보상’을 설정하면 도파민이 버티는 힘이 되어준다. 산책, 명상, 유산소 운동, 요가, 웨이트트레이닝 등은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을 찾아주는 데에 유용하다.
아직도 마지막 미련이 남아 ‘산책을 하며 동영상을 봐도 될까’를 물어볼 수 있다. 안 교수는 “쇼츠를 보더라도 차라리 산책하면서 보는 게 낫다”며 “도파민 밸런스를 찾는 것은 ‘실현 가능한 방식’이 중요하고, 이를 본인이 오랜 기간 수행하며 바꿔나갈 수 있는 동기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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