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도 실험실도 우주에 두둥실…올해 등장하는 우주 수송 기술

이정호 기자 2025. 1. 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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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개발한 ‘스타십’ 우주선이 지구 궤도에서 연료를 주고받고 있는 상상도. 스페이스X 제공
스페이스X, 우주서 연료 보급
긴 시간 우주여행에 필수 기술
“화성까지 100t 운반 가능해져”
유럽우주국은 ‘재사용 실험실’
사용 후 낙하산으로 지상 유도
최소 5번 재사용 우주 시설물
NASA 목성 탐사선 ‘주노’는
9년 임무 마치고 올 9월 폐기

# 공상과학(SF) 영화의 최고 수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21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를 보면 인공중력이 구현되는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 지구 근처에 떠 있고, 사람이 상시 거주하는 달 기지가 운영된다. 심지어 목성 궤도까지 비행하는 유인 우주선과 이 우주선을 조종하고 관리하는 인공지능(AI)도 등장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인류의 우주 개발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굴러가지는 않았다. 아폴로 계획이 끝난 1970년대 이후 2010년대까지 인간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서 수백㎞ 이상을 나아가지 못했다. 지구가 빤히 보이는 우주에서만 맴돌았다는 뜻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같은 진보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주를 연구하는 데 드는 엄청난 돈과 기술적인 한계가 문제였다. 우주 개발이 인류에게 절박한 문제가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화성이 제2의 인류 정착지로 떠오르고, 달에 다량의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환경에서 사용할 우주 수송 기술 개발에 불이 붙었다. 지구로 여러 번 귀환시킨 뒤 다시 띄워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우주 실험실’이라는 신개념까지 등장했다. 올해 이런 노력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길 시도가 이뤄진다.

2016년부터 목성 주변을 비행 중인 무인 우주 탐사선 ‘주노’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구 궤도에 ‘우주 주유소’

올해 가장 주목되는 신기술은 ‘우주 연료 보급’이다.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 다른 우주선으로 연료를 옮겨 싣는 일이다. 내부에 큰 연료탱크를 갖추고 비행 중인 대형 군용기가 역시 비행 중인 전투기에 항공유를 공급하는 ‘공중 급유’와 비슷하다.

우주 연료 보급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으로 올해 3월 실시된다. 스페이스X는 길이 50m가량의 스타십을 지표면에서 수백㎞ 상공에 이르는 지구 궤도에 3~4주 간격으로 한 기씩 쏘아 올릴 예정이다. 먼저 올라간 스타십이 ‘자동차’를, 나중에 우주로 올라간 스타십이 ‘주유소’ 역할을 한다. 다만 보급되는 연료는 석유가 아니라 액체 메탄이다.

스페이스X가 공개한 컴퓨터 그래픽 동영상을 보면 지구 궤도에서 두 기의 스타십이 나란히 놓인 소시지처럼 정렬한다. 그러고는 서로 천천히 접근해 동체를 완전히 맞댄 뒤 연료 보급이 이뤄진다.

인류는 20세기 중반부터 우주선을 꾸준히 쐈다. 그런데 지금 연료 보급 기술을 만들려는 이유는 뭘까. 화성 등 장거리·장기간 비행을 해야 다녀올 수 있는 천체를 겨냥한 유인 우주 임무에 필요해서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최소 5500만㎞이고, 가는 데에만 6개월이 걸린다. 우주 연료 보급 기술이 없는 지금은 지구와 화성을 왕복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를 지구에서 이륙할 때 우주선 동체 안에 한꺼번에 채워 넣어야 한다. 우주 비행의 목적은 사람과 물자 운송인데, 우주선 동체 중량의 최소 80~90%를 연료가 차지해야 한다. 내부 공간 대부분을 연료탱크로 써야 하는 것이다.

연료를 우주에서 보급받는 기술이 사용되면 달라진다. 지상에서 이륙하는 우주선에는 지구 궤도까지 올라갈 만큼의 연료만 실으면 된다. 정상 이륙한 우주선은 주유소 역할을 하는 특정 우주선과 지구 궤도에서 만나 연료를 추가로 보급받는다. 그런 뒤 본격적인 행성 간 비행을 하면 된다. 연료탱크 규모는 줄이고 사람이 앉을 좌석과 화물칸은 늘릴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이 기술을 쓰면 스타십은 화성까지 100t을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유소가 우주에 많을수록 인력과 화물 운송 능력은 향상된다.

우주 연료 보급은 가까운 천체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달 개척에 동원되는 우주선이 연료 고갈 때마다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임무를 이어갈 방법이다. 달 근처에 주유소 기능을 할 우주선을 띄우면 된다. 실제로 이 기술은 2026년 사람 2명을 달에 보낸 뒤 유인기지 건설에 나서는 것을 핵심으로 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쓰일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이 올해 3분기에 발사할 지구 궤도 실험실 ‘스페이스 라이더’ 상상도. 유럽우주국(ESA) 제공

‘5번 재사용’ 우주 실험실

유럽우주국(ESA)은 지구 궤도에 띄울 무인 과학 실험실을 올해 3분기 발사할 예정이다. ‘스페이스 라이더’라는 이름의 이 시설은 길이 8m로, 대략 승용차 두 대를 길게 연결한 길이다.

ESA는 설명자료를 통해 “스페이스 라이더의 가장 큰 특징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예정된 임무 기간인 두 달이 끝나면 대부분의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에 방치하거나 대기권과 마찰을 일으켜 불타 버리도록 놔두지 않는다. 꼼꼼한 계획에 의해 지상으로 유도한 뒤 낙하산을 전개시켜 사뿐히 지표면에 내려앉도록 한다. 정비 뒤에 발사체에 실어 다시 쏜다.

ESA는 이런 과정을 반복해 스페이스 라이더를 최소 5번 다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적이 오로지 과학 실험이면서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 시설물은 스페이스 라이더가 처음이다. 우주 실험실도 스페이스X 우주선처럼 재사용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스페이스 라이더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지구 궤도에서 나타나는 미세 중력과 진공 등을 이용한다. 모든 실험은 내부에 장착된 자동화 장비가 실행한다. ESA는 “제약과 의학, 물리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 있는 반면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는 장비도 있다. 2016년부터 목성 근처에서 관측 활동을 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무인 탐사선 ‘주노’다. 주노는 올해 9월 임무가 종료된다.

주노는 목성 대기와 자기장, 중력 등을 관측해 왔다. 지금까지 약 3000GB(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 목성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례로 주노는 2017년 목성 극지방에 수많은 거대한 소용돌이, 즉 사이클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목성 극지방 기후가 비교적 안정돼 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완전히 다른 환경이 확인된 것이다.

주노는 목성 대기로 돌진하는 방식으로 폐기된다. 이러면 강력한 대기압과 바람에 의해 산산이 부서진다. 생명체 서식 가능성이 있는 목성 위성 유로파 같은 곳에 불시착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NASA는 낙하 경로 설정에 각별히 신경을 쓸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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