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준비·실행·해제' 尹 주장 모두 거짓말… "국헌 문란 목적 폭동"
곳곳서 尹 주장과 상반된 내용 적시돼
"총 쏴서라도"… 국회 무력화 목적 명백
실무장 안 했다더니… 실탄 수만발 챙겨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이 실패한 뒤 담화문을 통해 "계엄의 목적은 경고"였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병력만 실무장 없이 투입했으며, 국회 기능 마비나 정치인 체포는 지시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로 드러난 사실관계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계엄 준비부터 실행, 해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켰다는 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담긴 검찰 시각이다.
경고 목적의 계엄?… 檢 "국헌 문란 폭동"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작성한 83쪽 분량 공소장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폭동을 모의 및 준비한 것"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4월쯤부터 김 전 장관 등과 정치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비상대권'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등과도 수차례 계엄을 논의했다. "오직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계엄 선포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9일엔 윤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선포 시 부대 편성 등에 대해 직접 물었고, "출동 태세를 갖추겠다"는 답도 들었다고 한다.
국회 기능 마비 목적 아니었다더니… "총 쏴서라도 끌어내"
계엄 선포 후 국회로 출동한 군에 내린 윤 대통령 지시들을 보면,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는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병력을 지휘하는 이 전 사령관 등에 연락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등 수차례 독촉했다.
국회를 무력화하고 대체 입법기구를 세우려 한 정황도 있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후 오후 10시 40분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 창설' 관련 문건을 건넸다. 여기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지침이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헌법상의 국민주권 제도, 의회제도, 정당제도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문란 목적"이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체포의 '체' 자도 안 꺼냈다더니… "싹 다 정리해"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앞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체포' 용어를 꺼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내용은 전혀 달랐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27분쯤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0여 명 명단을 불러주고 체포를 지시했다. 약 30분 뒤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해"라고 명령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 등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해지자 이재명·한동훈 대표, 우 의장을 우선해 체포하도록 다시 지시했다"고 썼다.
소수 병력, 실무장 안 했다더니… "실탄 최소 5만7,000발 동원"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도 거짓말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 무장 군인 1,605명, 경찰 3,144명 등이 국회·선관위 장악 임무 등에 동원됐다고 적었다. 또 소총용 5.56㎜탄 등 최소 5만7,735발의 실탄과 소총, 저격소총, 엽총, 섬광폭음 수류탄, 산탄총용 슬러그탄 등의 화기도 총동원됐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이튿날인 지난달 4일 새벽 1시 3분쯤, 국회 의결 뒤에도 곧장 계엄 해제를 발표하지 않고 약 30분간 합동참모본부 지하 결심지원실에서 김 전 장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과 회의를 이어갔다. 김 전 장관은 새벽 2시 13분쯤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선관위에 병력을 재차 투입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도 사실과 달랐던 셈이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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