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둔덕’ 조사, 국토부 ‘셀프 진행’…유가족 “참여” 요구
신뢰성·공정성 담보 어려워
“유족도 이해관계” 참여 반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수습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가 지목된 만큼, 해당 시설 설치를 누가 언제 승인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조위가 공항 시설 설치 및 운영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 소속이라는 점이다. 유가족들은 국토부의 ‘셀프 조사’로는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유가족의 조사단 참여를 요구했다.
5일 사조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로컬라이저가 국내외 규정에 맞게 지어졌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이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때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최초 설계용역이 진행된 것이 1998년, 항행안전시설을 ‘부러지기 쉽게(frangibility)’ 만들라고 규정한 항공장애물관리 세부지침이 제정된 것이 2007년이니, 국토부 입장에서는 ‘설계 당시 규정이 없어 적법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국토부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 발생 전 콘크리트 둔덕을 없앨 기회가 적어도 한 번은 있었기 때문이다. 무안공항 운영 주체인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내구연한(15년) 만료가 임박한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 설계용역을 발주했다. 당시 설계용역 과업내용서에는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부러지기 쉬움 규정을 고려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진행된 개량 공사에서는 두께 30㎝ 콘크리트 상판이 오히려 덧대졌다.
유가족들은 조사 대상인 국토부가 조사 주체가 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국토부의 직접 이해관계인들이 위원회 논의를 주도하고 조사단을 구성해 현재 조사 활동 중인 (것이) 현실”이라며 “유가족단체나 시민사회가 추천한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운영규정 29조는 “조사단 구성 시 사고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는 제척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사조위 최종 보고서 심의·의결권을 가진 조사위원들은 사조위가 추천·선정하지만, 최종 위촉·해임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 있다. 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상임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해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이에 대해 사조위 관계자는 “위원들이 국토부 소속이긴 하지만 임기제 민간 전문가로 독립적인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고 국토부에 안전 권고를 내릴 수도 있다”며 “항공정책실장도 실제 위원회 업무에서는 배제된 상태”라고 했다.
다만 유족 측 관계자의 조사 참여에 대해서는 “유족도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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