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전쟁 때 깃발’, 尹 체포 지지하며 내건 광주시
남북전쟁 때 노예제 고수… 연방 탈퇴하며 채택한 것
‘폭군’은 노예 해방한 링컨 지칭, 역사에선 ‘반역자 깃발’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이 시도된 지난 3일,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11월 광주를 방문한 미 버지니아주(州) 대표단에게 선물로 받은 주기(州旗)를 게양했다. 그런데 이 깃발이 역사적으로 ‘노예제 찬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5일 제기됐다.
문제의 파란색 깃발에는 ‘시크 셈페르 티라니스(Sic Semper Tyrannis·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라)’라는 버지니아주의 라틴어 구호가 적혀 있다. 고대 로마 신화에서 선(善)의 여신 비르투스(Virtus)가 독재의 신을 죽인 뒤 밟고 선 그림도 그려져 있다. 강기정 시장은 3일 윤 대통령을 ‘폭군’이라고 지칭하며 “깃발에 쓰인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권력을 남용하는 자는 반드시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라고 했다.
깃발의 라틴어 문구는 1865년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가 범행 직후 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사에선 상당히 유명한 문구다. 기원전 509년 고대 로마에서 왕정을 붕괴시킨 공화주의자 유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가 한 말이라거나,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가 한 말이라는 설이 있다.
깃발 도안이 형성된 역사적 맥락도 복잡하다. 1861년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속을 고수하던 버지니아가 연방을 탈퇴, 이른바 ‘남부 연합(Southern Confederates)’에 합류하며 채택한 것이다. 여기서 ‘폭군’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노예제 존속을 지지한 남부 10여 개 주 의사에 반해 노예 해방을 밀어붙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861~1865년 재직)과 연방 정부를 가리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23년 10월 이 깃발을 백인 우월주의와의 연관성이 있는 7개 주 상징 중 하나로 소개하며 “1861년 미국이 폭군화되었고 버지니아가 이를 물리칠 것이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고 했다.
남북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반역자들이 일으킨 전쟁(The War of the Rebellion)’이다. 연방 정부 입장에서 보면 노예제를 존속하겠다며 연방을 탈퇴한 버지니아가 ‘헌법에 반해 내란을 자행한 반역자’인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미국인의 희생이 가장 많았던 전쟁이고, 150년이 흐른 지금 남북 간에 지역 정서를 불필요하게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 ‘주들 간의 전쟁(War between the States)’ ‘내전(Civil War)’ 같은 표현을 병기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 연방 정부 입장에선 ‘노예제 찬성’ ‘반역자들의 것’ 같은 맥락이 들어간 상징물을 윤 대통령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사용한 셈이니 다소 어색하다”고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링컨 대통령 암살에만 국한하지 않고, 권력을 남용한 폭군은 파멸에 이른다는 동서고금의 진리에 주목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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