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원가압박 골목상인… 눈물의 가격인상
김밥집 500원 이상 가격 올려
알바 대신 가족들에 도움 요청
고용 인원 줄이며 대응하기도
새해 골목상권의 표정이 어둡다. 동네 가게 사장들은 단골 위주 장사라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계엄사태 이후 환율 급등에 따른 원부자재값 상승, 소비심리 위축 심화 등 가격인상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골목상권 사장들은 새해 시작과 함께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가격 인상을 했다' 며 가격 인상에 나섰다. 아르바이트 고용 대신 가족, 친척 등의 손을 빌리기 시작한 사장들도 적지 않다.
긴 불황에도 버텨오던 골목상권 사장들을 옥죄고 있는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다. 사태 이후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기후변화·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원·부자재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비상 계엄 사태 다음날인 지난달 4일부터 치솟았고, 새해 들어 1470원대를 넘어섰다.
또 계엄 이후 가속화한 소비심리 위축도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다. 커피 등 수입산 원재료를 쓰는 소규모 동네 가게들부터 단골의 발길이 끊겨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골목상권 대표 업종인 카페들은 커피 가격을 조심스럽게 올리고 있다. 1년새 원재료 값이 안 오른 것 없이 다 올랐지만 '동네 장사'라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버텨왔다는 서울의 한 카페 사장은 새해들어 4000원 하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4500원으로 올렸다.
모임이 잦은 지난 연말 대목도 허송했다. 지난달에는 매출이 20% 이상 급감했다는 경기도의 한 카페 사장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하소연했다.
원재료값 상승과 고물가, 소비침체가 겹치면서 비용은 늘고 매출은 급감한 밥집들도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다. 김밥집은 500원 이상 가격을 올리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가격을 못 올리고 있는 곳들은 고용 인원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약속하면서 국제 원재료값과 유류값이 들썩이고 있다. 올해엔 팬데믹 종료 후 몰아친 1차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에 이어 제2차 인플레이션 압박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중국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류비 상승까지 더해지면 가격 인상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동네 사장님들이 받는 가격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지고,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폐업 러시'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경남권의 한 대학가에선 돈은 이전만큼 안 벌리는데 임대료는 더 나가는 상황에 놓인 밥집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부채 부담을 해소할 정도의 매출 회복이 요원하다는 판단이 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감당이 안 돼 '고용인 없는 자영업자' 대열에 합류하는 사례도 줄을 잇는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그 수는 98만6000명에 달했다.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수 침체 여파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더욱 악화한 소비심리, 커지는 대내외적 불안요소에 새해 자영업자들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높아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하고 있다"면서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인상 우려, 고환율 등으로 최근 국내 경제와 기업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소매유통업계가 체감하는 불안감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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