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 않겠다”던 尹 어디에…공권력 충돌 우려 속 최상목도 ‘침묵’
박종준 경호처장 “체포 응하면 직무유기…처벌 불사” 총력 대응 예고
최상목, 경호처 지휘 요구에 응답 없이 “시민·공무원 다치는 일 없어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 신병 확보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고개를 든다. 윤 대통령이 여론전에 불을 붙인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거듭된 경호처 지휘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尹 체포영장 만료 임박…'철조망·차벽' 전운
공수처는 5일 오후 최 권한대행으로부터 경호처 지휘 요구에 대한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 여부를 고심 중이다.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오는 6일까지 재집행에 나서지 않는다면 영장을 연장해 추가 집행 시점을 결정할 지, 아니면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지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전날 오후 5시께 최 권한대행에게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시 경호처가 협조하도록 지휘해달라는 내용의 2차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지난 1일에 이어 2차 공문에도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
다만 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재부를 통해 "법 집행과정에서 시민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야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수행 중인 공무원이 다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라는 짧은 입장문만 전달했다.
박종준 "법적 처벌 감수"…박찬대 "尹, 유혈사태 부추겨"
체포영장 집행의 최후 저지선인 경호처는 윤 대통령 신병확보 재시도에 대비해 한남동 관저 방어막을 강화하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경호처는 관저 정문 주변과 인근 산길에 원형 철조망을 설치하고, 대형 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진입을 원천봉쇄 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방부와 경찰 지휘부는 관저 외곽 경계를 맡은 군·경찰 인력을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동원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경호처는 700명 안팎의 자체 인력에 대해 사실상의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인력이 개인화기인 총 등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만큼 총력 태세로 나선다면 상당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박종준 경호처장이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지키기'에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이 체포에 응하거나 경호처가 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하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박 처장은 "편법·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며 "이런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어떤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잘했든, 잘못했든 국민 앞에 나서겠다. 국민 앞에서 숨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1일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서신을 낸 뒤 관저를 요새화하며 칩거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에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것에 대해 "윤석열은 지금도 체포에 응하지 않으며 유혈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직격했다.
지난 3일 첫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당시 군과 경찰이 길을 터주면서 1~2차 저지선은 비교적 단시간에 뚫렸다. 그러나 3차 저지선에서 경호처 인력을 중심으로 200여 명이 팔짱을 끼고 인간벽을 형성했고, 100명 안팎의 공수처와 경찰 인력은 영장 집행 시도 5시간여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만일 공수처가 체포영장 만료 시한인 오는 6일 전 재집행을 시도한다면 경찰특공대를 비롯한 대규모 지원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호처가 총력 저지에 나선다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에서 나아가 유혈 사태로까지 확전할 수 있다.
공수처가 거듭 경호처 지휘·감독권이 있는 최 권한대행에게 영장 집행 협조 명령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반격 수위 높이는 경호처…野 "해체해야"
경찰은 1차 시도 당시 영장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불응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경호처장 및 차장에 이어 이날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2명도 동일한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호처도 맞불을 놨다. 경호처는 "공수처와 국수본이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경호구역과 군사 기밀 시설을 시설장의 허가없이 출입문을 부수고, 심지어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불법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에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은 "경호처 해체"를 주장하며 맹폭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종준 경호처장이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당시 '실탄 발포'를 명령하고 완전무장한 대테러팀 투입 계획을 세운 정황이 확인했다며,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 수뇌부를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호처와 박 처장은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하며 발포 명령은 없었으며, 대치 과정에서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김승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에 있는 공수처를 항의 방문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 등을 요구하며 오동운 공수처장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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