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안열리면 `패닉`…AI 금단현상 호소하는 10·20
민감한 질문 상담 등 대화 위해 사용
의존도 역시 덩달아 증가…"교육 반드시 필요"
# 서울에 사는 중학생 A(13)양은 최근 학교 친구와의 대화에서 실수를 했다. 이후 친구들이 단체채팅방에서 A양의 말에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A양은 크게 당황했다. 사과 방법이 막막했던 A양은 챗GPT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부모님이나 주변에 조언을 청하기는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A양의 조언 요청에 챗GPT는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고 조언했다. 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관계를 회복해 가라고 해줬다.
생성형 AI가 기업, 전문 직종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청소년들의 일상과 학습 방식에도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선생님이나 부모님, 친구 대신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코치이자 친구가 됐다. AI가 단순히 일상의 편의를 돕는 것을 넘어 청소년의 대인관계와 정서적 경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는 긍정적 가능성만큼이나 우려도 낳는다. AI가 청소년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도 있지만, 비판적 사고 능력 저하와 지나친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AI 사용률 일년 새 40%P …"챗GPT 없는 삶 상상할 수 없어"= 최근 영국 비영리단체인 내셔널 리터러시 트러스트(National Literacy Trust)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13~18세 청소년 중 생성형 AI를 써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023년 37.1%에서 지난해 77.1%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생성형 AI에 대한 인지도도 크게 상승했다. 2023년에는 20%의 청소년만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도구에 대해 들어봤다고 답했으나, 지난해에는 92.2%로 치솟았다.
내셔널 리터러시 트러스트는 "청소년들은 주로 생성형 AI를 오락, 호기심 해소, 숙제, 영감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다"며 "이들 중 44.4%에게는 AI가 대화 상대"라고 밝혔다.
챗GPT가 10대들에게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학습을 돕는 선생님이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와 호플랩(Hopelab)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14~22세 청소년들은 학교 과제, 오락, 동반자 역할, 민감한 질문에 대한 상담을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하버드는 "생성형 AI가 더욱 보편화되면서 AI는 10대들이 성인들에게 묻기 꺼리는 질문을 가장 먼저 묻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AI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챗GPT와 API 서비스가 접속 장애를 일으키자 미국 대학생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레딧 등 커뮤니티에는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챗GPT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글과 "이제 원시인처럼 구글링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당시 국내 사용자 사이에서도 "챗GPT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매일 사용하는데 접속 장애로 순간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과한 의존 안 돼…판단은 인간의 몫"=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AI의 즉답성과 편리함이 자리하고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AI안전연구소장)는 "기존의 정보탐색 방식과 달리, AI는 질문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한다"며 "시간 절약과 대화 가능성 등 AI의 장점이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작용 경고도 이어진다. 대표적 문제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이다. AI가 틀린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제시하는 현상으로, 특히 청소년들이 이를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 잘못된 학습과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AI의 답변이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청소년들은 AI가 내놓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관계 발달이 미숙한 청소년들이 AI를 의인화하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챗봇이나 AI 비서를 사람처럼 여기며 친밀감을 느끼면, 개인정보 노출 위험과 더불어 인간관계가 AI와의 관계로 대체될 수 있는 것. 김 교수는 "AI와의 상호작용이 인간관계를 대신하게 되면, 대인관계 기술이 발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사회에서 관계 형성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AI에만 의존할 경우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 발달이 저해될 가능성도 크다. 청소년들이 AI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신뢰도를 평가하는 학습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AI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스스로 사고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점차 퇴화할 수 있다"며 "AI는 어디까지나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일 뿐, 판단과 비판은 인간의 몫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에만 의존하면 학습에서 고민하고 기억하며 발전하는 과정이 생략돼, 결국 AI 없이는 스스로 사고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무조건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청소년들이 AI와 사람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청소년들의 독립적인 지적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AI에 의존하는 대신, 자신의 지적 세계를 스스로 구축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 또한 "학생들이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정보의 출처와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분향소 찾은 `푸딩이`…짖지 않고 물끄러미 위패만 봤다
- 영하 `강추위` 뚫고 알몸 마라톤 뛴 시민들…밝은 표정으로 완주
- 외로움이 사람 단백질까지 바꾼다고?..."26종과 연관"
- "내가 살아있는 부처다, 돈 다 내게 맡겨라"…신도 현혹해 14억 갈취한 60대
- "`총알받이` 북한군 이틀새 1개 대대 괴멸…낙하산 부대도"
- 월 437만원 버는 독거노인도 기초연금…세대간 형평성 논란
- 북, 극초음속IRBM 발사 확인…김정은 "누구도 대응못할 무기"
- K-뷰티 수출 사상 첫 100억 달러 돌파…전년比 20.6% `껑충`
- 尹측 `선관위시스템 조사 불가피성` 변론전략 삼는다
- [CES 2025] SK, CES서 글로벌 AI 협력모델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