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자들엔 무자비하던 공권력이 이토록 무력하다니

기자 2025. 1.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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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실패는 권력자에 무기력한 공권력의 실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윤석열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마저 깔아뭉개면서 여전히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의 공권력이 권력자에게 통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바로 무너진다.

영장 집행 실패는 기본적으로 윤석열의 저항과 경호처의 불법 행위 탓이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능·무기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는 “관저 200m 이내까지 접근했으나 경호처 직원 등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며 “불상사를 최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이 저항하고 경호처가 물리력을 동원해 막아설 것은 삼척동자도 예상했던 일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에 대비나 각오도 없이 영장 집행에 나섰다는 말인가. 쌍용차 노동자 강제진압,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는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던 공권력이 왜 내란 수괴 앞에선 이토록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지 시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헌법 절차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일은 수사기관의 기본적인 임무이다. 심지어 법원은 윤석열 체포·수색영장에 ‘공무상·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윤석열과 내란 동조 세력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며 들었던 법적 근거를 원천 차단해준 것이다.

수사는 결과만큼이나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다. 수사기관이 권력자에게 쩔쩔매고 머리를 조아리면 범죄자들은 법을 비웃고, 시민들은 법과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버릴 수밖에 없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이 내란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됐다. 반면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한 달이 넘도록 조사 한번 받지 않았고, 반성은커녕 자신을 헌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시한은 6일이다. 공수처는 윤석열 체포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박종준 처장과 김성훈 차장 등 경호처 수뇌부의 불법 행위도 묵과해선 안 된다. 경호처는 부인했지만, 박 처장이 공포탄을 쏘고 안 되면 실탄도 발포하라는 명령을 직원들에게 하달했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이라면 내란 차원을 넘어 내전을 획책한 중대범죄다. 공수처와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대통령 경호처 인원들이 철문 앞을 차량으로 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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