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매파 Fed·탄핵…"환율 1500원 돌파 대비해야"
뉴노멀이 된 高환율 시대
트럼프 당선·비상계엄 사태
원달러 환율, 1470원대 급등
2009년 이후 16년만에 최고
전문가 "대내외 불확실성 커
당분간 원화 약세는 불가피"
탄핵 여부 결정나야 진정 가능
일각선 "韓 산업경쟁력 약화
1400원대 환율 지속될 수도"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1300원대에 형성되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1400원을 돌파했다. 이어 ‘12·3 비상계엄 사태’로 1470원대까지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를 강세로 이끌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중장기 관점에서도 한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로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환율 급등
원·달러 환율은 작년 하반기 들어 줄곧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다. 7월 3일엔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390원60전으로 1400원에 육박했지만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한국 수출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에 9월 30일 1307원80전까지 떨어졌다. 9월까지만 해도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을 키우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10월 들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차기 대선 당선 가능성이 대두되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 실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1월엔 달러당 원화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관세 부과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국 물가를 자극해 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로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에 기름을 부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로 인해 전개된 탄핵 정국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등 원화 자산을 투매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12월 3일 1402원90전에서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1472원50전으로 약 한 달 만에 69원60전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웃돈 것은 2009년 3월 13일(1483원50전) 이후 처음이다.
“단기적으로 1500원 돌파 가능성”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 “이제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매파적 색채를 드러낸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 적어도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Fed의 매파적 성향, 국내 정치 혼란 등 모든 대내외적 요인이 원화 가치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원·달러 환율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일 전까지 1490원으로 오르고, 단기적으로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반전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게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작년 12월 이후 확대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는 모멘텀은 탄핵 결정”이라며 “탄핵의 인용이든 부결이든 정치적 방향성이 확실해지는 것은 원화의 강세 요인”이라고 했다.
다만 박 전문위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진다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도 강등이 현실화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의 전망치 상단을 기본적으로 1500원으로 설정했지만, 국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 이마저도 더 높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中에 산업 경쟁력 밀려…원화 구조적 약세”
탄핵 결정과 대통령선거가 이뤄져 국내 정치적 혼란이 일단락돼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지고 있고, 정치 불안과 고령화로 한국이 장기 침체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2023년 대중 무역수지가 수교 이후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더 이상 흑자로 돌아오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봉착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1월 1500원을 찍고 2분기엔 평균 1430원, 하반기 평균 1400원 정도로 내려가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문위원은 “한국은행 등 많은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기본적으로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1%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1400원대 환율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세월호 사고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대규모 인명 사고로 인한 사회적 침통함은 내수 소비에 즉각 영향을 준다”며 “무안 제주항공 사고로 경제가 타격을 입어 1분기엔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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