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란죄 제외, 결국 李방탄"… 野 "8년전 권성동도 사유 고쳐"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5. 1. 5.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탄핵사유 변경 주말 신경전
국힘 탄핵안 무효·재의결 주장
李 판결전 속도전 野에 맹비난
민주 "형법 아닌 헌법에 집중"
박근혜때 權의 내로남불 비판
헌재, 14일부터 주2회 변론
尹측 "대통령 직접 변론할것"
인간장벽으론 부족했나…철조망 두른 尹관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출입문에 쇠가시가 박힌 철조망이 겹겹이 설치돼 있다. 대통령경호처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주형 기자

헌법재판소가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핵심이었던 '내란의 죄'를 제외하기로 한 내용에 대한 입장 정리에 나선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계선·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8인 체제로 거듭난 헌재는 6일 첫 '8인 재판관 회의'를 열고 내란죄 철회 논란을 비롯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마무리한 만큼 본격 절차인 변론기일을 주 2회씩 지정하며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형식 수명재판관은 "우선 탄핵소추 의결서 기반으로 심리를 하고 입증은 당연히 국회 측이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측은 절차 중에 주장을 넣었다 뺐다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결론적으로 어떻게 볼지는 재판관들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고, 이것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중대한 일이어서 파면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더 합리적인 결정인지를 따지는 과정이다. 범죄의 구성 요건을 엄격히 따지는 형사재판과 달리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도 갖게 된다. 따라서 내란죄는 빠지는 게 맞지만 내란죄의 구성 요건이 되는 하자 있는 계엄 선포나 국회를 봉쇄하도록 했다는 의혹 등은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으로 탄핵소추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탄핵심판에서 소추인인 국회 탄핵소추단도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권은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의결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해 변론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적정한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적정한 기일이 언제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는 "그간의 내란죄 운운이 선동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내란죄가 빠지게 되면 헌재는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하고, 국회에서 이를 재의결해야만 다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탄핵소추문을 수정하는 것은 몇몇 의원과 변호사들의 밀실 협의를 통해 졸속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면서 "핵심을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소추안의 주요 내용이 변경된다면 당연히 이를 의결한 국회에 다시 묻는 게 상식적 처사"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기 탄핵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탄핵안 재의결에 나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은 6일 헌재를 항의 방문해 탄핵소추문을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고 영장판사 재량으로 특정 법률의 적용을 배제한 것은 심각한 사법 체계의 훼손이고 위법"이라며 "따라서 공수처의 대통령 내란죄에 대한 수사와 체포영장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죄의 성립 여부를 다투는 형사재판이 아닌 점을 고려한 것이고, 과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할 때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017년 박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도 탄핵 사유 중 형법상 범죄를 제외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17년에도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밝히겠다고 사유를 재정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형법상 내란죄만 철회했을 뿐이며 '내란행위'는 빠지지 않았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내란행위를 탄핵 사유로 삼은 것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평가만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탄핵소추 사유 변경이 8년 만에 반복된 것을 놓고 민주당에선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두 차례에 걸쳐 탄핵소추안을 작성했으나 형법상 내란죄는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헌재와의 유착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헌재가 먼저 철회를 권유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탄핵소추단 소속 의원은 "(탄핵사유 변경은) 변론준비 절차에서 쟁점을 간결하고 명확히 정리하면서 자연스레 논의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번에 내란죄를 빼기로 한 것을 두고 내심 윤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확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확정판결이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자칫 탄핵심판 결정이 확정판결보다 늦어지면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희석 기자 / 성승훈 기자 / 박민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