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지혜로… 트럼프 카드를 읽으면 돈이 보인다
S&P500 등 강세 지속 예상
美주식과 금 비중확대 추천
AI 등 정책 수혜주 주목하고
유로존 투자는 비중 축소를
신흥국 채권 매력도 떨어져
부동산, 하반기 상승 전망
인플레이션 위험성 경계를
그 어느 때보다 자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개막을 앞두고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데다 국내에서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어디에 돈을 맡겨야 할지 고민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는 재산을 안정적으로 지켜주고 이를 넘어 증식해줄 투자처를 찾을 것이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다.
지난해 SC제일은행에서 발간한 '2025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에는 '트럼프 카드 활용법'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트럼프 시대를 마냥 두려워하기보다 그 안에서 최선의 투자 전략을 도출해보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5년 포트폴리오 내 주식과 금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함과 동시에 현금은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미국 주식 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국 외 다수 시장은 한동안 약세가 점쳐진다는 뜻이다. 이에 보고서는 유로존 투자 비중을 줄일 것도 조언했다. 채권에서도 트럼프 입김이 어떻게 작용할지를 중심으로 사고할 것을 권유했다. 선진 시장 하이일드 채권은 양호한 총수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흥 시장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은 큰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금 비중을 달러 채권으로 전환해 장기적 관점에서 매력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적극 투자 성향을 지닌 투자자에게 주식 55%, 채권 37%, 금 6%의 포트폴리오를 꾸릴 것을 추천했다. 특히 북미 쪽 주식을 40% 가짐으로써 트럼프 취임 후 미국 주가 상승 기류에 올라탈 것을 권했다.
신한은행 또한 고객을 위해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 주식 중 어느 섹터에 더 집중해야 할지 구체적 조언을 남겼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펼치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을 선별하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기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 분야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등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의 AI 생산능력은 지난해 2217억달러(약 327조원)에서 올해 2578억달러(약 38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력을 비롯한 미국 내 산업재 주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AI 등 신기술 개발이 확대되면 미국 내 높은 전력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미국 S&P500의 주당순이익이 14% 증가하리라고 내다봤다.
위험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신한은행 투자솔루션부에 따르면 올해 주식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인플레이션 재개다. 미국 경기 호조와 관세 인상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유가 상승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가가 상승하는 와중에 높은 시장금리가 유지되면 금융시장 유동성이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 접근할 때도 미국 변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 좋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미국 보호무역 강화 기조에 높은 금리와 달러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은 한국 수출과 내수 판매 양쪽에 모두 불리한 여건"이라면서도 "미국 투자 확대 사이클은 자본재와 중간재를 생산하는 한국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제한적 상승세를 예측한 시각이 두드러졌다. 신한금융그룹은 내년 하반기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대출 규제로 현재 부동산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서울 아파트는 공급 부족과 전셋값 상승, 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으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H금융연구소 또한 상반기에는 주택 매매 거래 위축과 관망세가 나타나고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측하며 유사한 시각을 드러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에서 지역별 양극화와 세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은 수도권 쏠림 현상과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되며 서울·수도권 아파트는 가격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재건축 단지와 1기 신도시는 실제 부동산 가치보다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를 중심으로 가격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2% 수준으로 상승하고 수도권은 이보다 낮은 상승세, 지방 부동산은 약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융사들의 전망은 현시점을 기준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해 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각종 사건으로 자산 시장이 큰 변동성에 노출됐듯, 시장에는 늘 예측하지 못할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리스크 대비책은 역시 '올인'이 아닌 '분산 투자'다.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는 "인플레이션을 따라잡는 것이 투자의 첫 번째 목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을 넘어선 자산 증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는 이 목표를 편안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정기적인 자산 배분까지 더해진다면 재무적 목표와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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