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반까지 강달러 예상 … 달러·금 분산투자 해볼만"
AI소프트웨어 관련기업 주목
에너지·방산·금융株 수혜볼듯
미국 우량 회사채 투자도 유망
극도의 정치 혼란을 겪었던 2024년 12월이 지나고 2025년이 시작됐다. '푸른 뱀의 해'라 불리는 을사년의 한국 경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재와는 별개로 한국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이기도 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런 상황에서 올해 재테크는 '미국'에 집중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정세 불안이 계속되고 강력한 '트럼프 2.0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결국 개별 투자자는 달러와 미국 기업 관련 투자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경 신한프리미어 PWM압구정센터 PB팀장은 "트럼프 정권 속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미국은 양호한 고용 지표가 유지되고 금리 인하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경제는 기초체력도 현재 탄탄한 상태라 당분간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미국 주식 중 특히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에 주목했다. 그는 "2025년은 반도체 등 AI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확장기가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등 다양한 AI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면서 미국 경제 생산성도 증대되고 관련 선두 기업도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전력 등 산업재, 에너지, 방산, 금융 관련 미국 주식이 좋은 투자처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사업부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올해는 외교적 불확실성이 작은 보안, 방산, 전통 화석에너지 등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국내 주식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으며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축소를 권장한다"고 했다.
양승현 하나은행 압구정금융센터 팀장은 미국 AI 관련주로 특히 테슬라, 팰런티어, 오라클을 추천했다. 모두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으로 차기 AI 혁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주다.
또 양 팀장은 JP모건, 버크셔해서웨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금융주도 최근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장단기 금리 정상화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규제 철폐가 실시되면 금융주도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S&P500지수, 나스닥100지수 등에 투자할 것도 추천했다.
국내 주식은 올해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예정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업종별 성과 차이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 팀장은 "투자할 업종을 선별해 압축하고, 배당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 등 방어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나 미국 우량 회사채를 통한 채권 투자도 권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등으로 인해 미국채 금리가 치솟은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것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당분간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 투자는 지양하고 단기채나 중기채 중심의 투자를 추천한다"며 "10년물 금리의 추세적 하락을 확인하고 장기채 투자를 늘려도 늦지 않다"고 당부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유지되고 강달러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내 달러 비중을 확대한다면 강달러 기조 속 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미국의 양호한 성장세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안 심리를 고려한다면 올해 중반까지 강달러가 예상된다"며 달러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부센터장은 기존 달러 보유자의 경우 올 상반기까지 2~3차례 나눠 달러를 매도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달러 자금은 외화정기예금으로 3·6개월에 나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달러 실수요자는 올 하반기부터 환율이 차츰 안정세를 보이면 달러를 분할해서 매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외화정기예금은 원화와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법 대상이며, 보호 한도가 올해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라가면서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5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자는 달러 보험 투자도 고려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달러 보험은 환율과 연계되기 때문에 원화 보험보다 기본 이율이 높다. 또 보험금을 받는 시기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달러 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을 달러로 취급한다는 점 외에는 일반 보험 상품과 운영 방법이 유사하다. 따라서 고수익을 바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외화 운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금이나 가상자산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언급됐다. 김정은 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금은 실질금리 또는 달러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속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금은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하방 지지선을 견고히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예고하며 비트코인이 금의 역할을 대체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향후 강달러 기조가 약달러로 전환되고 실질금리가 하락한다면 금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 유인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올해 투자의 핵심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분산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유망 분야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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