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시민들 육탄 방어로 지켜낸 우원식·이재명·한동훈…체포조 막아

김용현 공소장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이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려는 계엄군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급파된 정치인 체포조 등이 국회에 몰려든 시민들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며 국회 봉쇄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 의원 보좌관, 국회 직원들이 강력하게 저항하며 내란을 저지한 것이다.

5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우선 체포하라는 김 장관의 지시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거쳐 국회로 출동 중이던 체포조에 전달된 시각은 4일 새벽 0시38분이었다.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수도방위사령부)로 이동”하고 “포승줄 및 수갑 이용”하라는 지시였다. 경찰 지원 명단과 접선 장소까지 단체대화방에 하달됐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했다고 보고 핵심 인사 3명을 먼저 잡아들이라고 지시한 것이다.

2024년 12월4일 방첩사 출동조 단체대화방.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제공

하지만 방첩사 요원들은 0시48분께 국회 인근에 도착하고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국회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차량을 막아서는 바람에 신속하게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13분 뒤인 새벽 1시1분, 국회는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이외에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앞으로 모여든 시민과 국회 직원들의 저항으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이 늦어지거나 실패한 상황들이 담겼다. 헬기를 타고 국회로 진입한 육군특수전사령부 군인들도 국회 경비인력과 시민들에 가로막혀 국회 봉쇄에 실패했다. 3일 밤 11시49분 헬기로 국회의사당 운동장에 내린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은 국회의사당 후문을 막아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 경비인력 등 10여명에게 가로막혀 10여분간 몸싸움을 벌인 끝에 정문으로 이동했으나, 정문에서는 국회 직원들과 의원 보좌진, 기자 등 수백명의 더 큰 저항에 부딪혀 봉쇄에 실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방위사령부 제2특수임무대대 선발대를 태운 중형버스도 3일 밤 11시46분 국회 1문 인근에 도착했으나, 버스 앞을 가로막거나 버스 밑으로 기어들어간 시민들 때문에 움직이지 못했다. 후속 부대도 중형버스를 타고 4일 새벽 1시4분께 국회 인근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했으나 “현재 국회 앞 상황이 복잡하니 기존 명령은 취소한다”는 조성현 제1경비단장의 추가지시로 다리 위에서 멈춰 섰다. 이들은 진압봉을 챙겨 “국회에서 내부 인원을 끌어내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김 전 장관 공소장에 “국회 주변에 모인 시민들과 국회 직원들로 인해 편성된 체포조가 국회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는 바람에 (체포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담긴 피고인의 혐의는 재판을 거쳐 무죄, 혹은 유죄로 최종 판단을 받게 됩니다. 최종 확정판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됩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