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둘만 남아 어찌 살려고" 절규·통곡 뿐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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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드레 째인 5일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
참사 희생자들의 유해 인도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며 광주 각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유해가 속속 안치되며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참사 희생자 유해가 다수 옮겨진 또 다른 장례식장에서도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참사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한 유족은 1층 장례식장 상담실을 나와 빈소로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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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곳곳 빈소 차려져…일가족 비보 '애끓는 통곡'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너희끼리 이제 어떻게 살라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드레 째인 5일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
참사 희생자들의 유해 인도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며 광주 각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유해가 속속 안치되며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장례식장은 가는 곳마다 조문객들의 피 끓는 오열과 애달픈 통곡으로 가득 찼다.
연말 태국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가족 단위 희생자가 많아, 부모를 여읜 어린 자녀들이 상주를 맡기도 했다. 직계 일가족이 한꺼번에 세상을 떠나 방계 사촌들이 상주로서 장례 절차를 도맡았다.
한 조문객은 갓 어른이 됐지만 아직은 앳된 티가 역력한 남매 상주를 끌어안고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또 다른 조문객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가까스로 제단에 국화를 올려놓은 뒤 절을 마쳤다. 세상에 단 둘만 남은 남매를 격하게 끌어 안으며 연신 "너희끼리 이제 어떻게 살라고"라며 목놓아 외쳤다.
어깨를 들썩여 흐느끼는 조문객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던 남매 상주도 어느새 말 없이 눈물 만 흘렸다.
이 광경을 바라본 다른 조문객들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다. 한 중년 여성은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 채 흰 면장갑이 투명해질 때까지 번지는 눈물을 닦아냈다.
참사 희생자 유해가 다수 옮겨진 또 다른 장례식장에서도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참사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한 유족은 1층 장례식장 상담실을 나와 빈소로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뒤집힌 영정을 품에 안은 유족의 얼굴에는 세월로는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그리움과 애통함이 묻어나왔다.
빈소로 향하는 그는 부모의 생전 모습이 전광판에서 나오자 한참 넋을 놓고 바라봤다. 전광판에는 생전 부모의 애틋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영정으로 함께 표출됐고 이를 바라보는 이마다 고개를 숙인 채 숙연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장례식장 지하에서는 다른 희생자의 입관식이 열리면서 통곡이 메아리쳤다. 절규에 가까운 신음 소리가 새어나오는가 하면 외마디 비명이 장례식장 벽을 타고 울려퍼졌다.
유족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이고, 아이고" "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고통과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넋 놓은 통곡 소리는 10분여 동안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다. 장례식장 곳곳이 곡소리로 울려퍼지며 조문객들의 가슴을 때렸다.
빈소로 돌아온 유족들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역력했다. 흐느낌과 곡소리, 빈소를 헤매는 조문객들의 대화 소리로 장례식장은 생과 사가 실타래처럼 뒤엉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 속에서 유족과 조문객들의 시간은 참사 당시인 2024년 12월29일 오전 9시3분에 멈춰섰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는 이날 안으로 참사 희생자 179명 중 176명의 유해를 유족에게 인도할 방침이다. 3명의 유해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오는 6일 인도될 예정이다.
희생자 유해 인도 절차가 막바지 수순에 접어들면서 광주·전남 지역 화장시설도 예비화로 가동과 함께 운영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6일부터는 화장시설 이용과 관련, 희생자 우선 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7C2216편)는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비상착륙 도중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LLZ) 안테나 콘크리트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이번 참사는 1993년 7월26일 아시아나기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44명 부상)보다도 사상자가 많아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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