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급한 野, 늦춰야 실낱희망 與…尹 '내란 혐의 제외' 수싸움

국회 탄핵소추단 "장기화 우려"…조기 대선 변수 차단 포석
'이재명 사법리스크' 기대하는 국힘 "탄핵소추안 재표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인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2025.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핵심 혐의인 '내란죄'를 철회하는 초강수를 뒀다. 소송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로, 인용 결정을 염두에 두고 대선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탄핵 심판이 지연될수록 유리한 여당은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주장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가 되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탄핵 심판 선고 시기를 두고 여야의 수싸움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인인 국회 측은 지난 3일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부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내란죄에 대한 증거 조사를 다루게 될 경우, 증거 조사 등으로 소송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에는 여당이 참여하지 않아, 사실상 야당 단독 결정인 셈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탄핵 심판 시계가 빨라졌지만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헌법재판관 2명의 임기가 오는 4월 18일까지인 만큼 그 전에 '8인 체제'에서 신속하게 결판을 내겠다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를 변경한 사례가 있다. 당시 국회 소추단은 뇌물죄·강요죄의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밝히겠다며 탄핵 사유서를 정리했는데, 당시 국회 소추단장이 권성동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 대비 차원에서 '변수 삭제'에 들어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심 전에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선이 열리더라도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다르게 이번에는 '내란' 혐의가 탄핵의 주요 사유로 명시됐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심이 나와야만, 조기 대선이 열리더라도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6·3·3(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 원칙에 따르면 이 대표의 최종심은 이르면 5월 중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시기에 조기 대선 유불리가 걸린 만큼, 여야의 수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야당의 내란죄 철회 결정에 대해 탄핵소추안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