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무비자’ 시진핑의 노림수…‘근교원공’ 전략으로 트럼프에 대응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5. 1. 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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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尹 집권 이후 강화된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구도 허물려는 속내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작년 12월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문·영문으로 서울발 긴급뉴스를 타전했고, 국영 CCTV 뉴스채널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생중계했다. 한국 국회방송에서 실시간 중계하는 영상을 재전송한 OTT 방송엔 동시 접속자가 10여만 명이나 몰렸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에서는 '탄핵안 통과'가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중국판 엑스(X)인 웨이보에서도 '윤석열' '탄핵' '직무정지' 등이 검색어 상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부터 한국 상황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 언론은 계엄령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또 이에 맞서 국회로 집결한 국회의원,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 가결 등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런 모습은 이례적이다. 국민이 직접 투표해 선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상황은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옆 나라인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신중해야 할 사안이었다.

31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1월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中, 신임 주한 대사에 전임보다 높은 급 배정

중국 매체들은 이내 숨은 의도를 드러냈다.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며 진입하고, 시민과 대치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갈등으로 인해 극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현실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이었다. 반면 당국의 반응은 신중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계엄령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내정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인 12월16일에도 린 대변인은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중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이자 협력 파트너다.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이끄는 것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의 대한국 정책은 일관되고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까지 한국에 부임하지 않은 신임 중국대사 다이빙(戴兵·57)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에 주유엔 부대사인 다이빙을 주한 대사로 내정했다. 이는 싱하이밍(邢海明) 전임 대사가 작년 7월에 중국으로 복귀한 지 4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다이 대사는 주로 국장급이나 부국장급이 왔던 이전 대사들보다 급이 한 단계 높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오래 근무했고 싱가포르와 미국에서도 일했다. 양자보다는 다자 외교에 능숙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실제 2020년부터 유엔에서 일하면서 중국의 이익을 잘 대변했고, 다른 나라와 의견을 능숙하게 조율했다. 경력상 한국과 접점이 되는 인연도 전혀 없다. 그렇기에 중국이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집권 이후 한중 관계를 넘어 미국과 일본, 북한과 러시아까지 시야에 두고 포석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은 작년 12월10일 다이 대사의 한국 부임을 발표했다. 그리고 12월27일 다이 대사는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준비한 인사말에서 "한중 양국이 우호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국의 근본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안정, 발전, 번영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탄핵 정국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주한 외교사절은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을 받아야 하고, 국가원수에게 자국 수반의 신임장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12월30일 다이 대사는 외교부를 찾아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다.

신임장에는 제정 대상이 한덕수 당시 총리로 되어 있었다. 다이 대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에게 신임장 원본을 제출해야 공식 외교활동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제정 대상이 윤 대통령이든 한 총리든 최 권한대행이든 상관없이 신임장 접수가 가능하다"면서 "권한대행에게 신임장 원본을 제출할 때 국가원수의 이름이 먼저 제출한 사본과 달라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 속에 중국이 다이 대사의 한국 부임을 빠르게 실행한 것은 주목할 만한 조치다. 이는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0월에 차기 주중 대사로 내정되어 중국의 아그레망을 받았다. 하지만 12월에 귀국하려던 정재호 주중 대사의 일정에 맞추었다가 계엄 사태를 맞았다. 따라서 김 전 실장은 중국으로 가지 못하고 붕 뜬 상황이다. 김 전 실장은 직업 외교관이 아닌 윤 대통령의 측근인 특임 공관장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중국인 간첩, 중국 태양광 등을 거론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사건의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의 부임을 진행하면 중국 정부가 곱게 보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실무를 담당해야 할 주중 대사로 김 전 실장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윤 대통령의 측근인 데다 윤 대통령이 반중 성향을 공공연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실 탄핵 정국 이전에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는 와중이었다.

작년 하반기 중국은 지방정부를 앞세워 적극적인 한중 교류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11월1일에는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무비자 시행을 발표했다. 본래 비자 정책은 철저한 상호 '주고받기'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에 통보도 하지 않고 비자 면제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시 주석이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중화권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래 11년 만으로, 사드(THAAD) 배치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런 일련의 행보를 통해 중국이 보내는 시그널은 명확하다.

11년 만에 방한 가능성 높이는 시진핑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집권 이후 더욱 강화될 미국의 대중국 공세와 압박에 맞서 가까운 이웃과 친해져 '근교원공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 집권 이후 강화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립 구도를 허물려는 듯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일본에 대한 일방적 비자 면제도 발표했다. 격화될 미·중 갈등에 대비해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시 주석의 2025년 신년사에서도 드러났다. 시 주석은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단결과 협력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여기서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한다. 과거에는 식민지 경험을 공유했던 신흥국과 개도국이 단합해 선진국에 대응하자는 목적으로 쓰였다. 그렇기에 금세기 들어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를 내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의 신년사에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탄핵 정국으로 윤석열 체제가 해제되는 새해에는 중국의 대한국 구애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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