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의견 조차 아직 안 낸 尹, 단호한 헌재 ‘선례대로’ [박지영의 법치락뒤치락]

박지영 2025. 1. 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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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공격, 변호인의 항변. 원고의 주장, 피고의 반격. 엎치락뒤치락 생동감 넘치는 법정의 풍경을 전합니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 1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이 종료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딱 한 달 만입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졸속 재판은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단호했습니다. 헌재의 판단대로, 탄핵 심판 선례대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내가면서 하시라”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2025.1.3 [공동취재]

헌재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접수된 직후부터 신속·공정 재판을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약 2주일이 지나서야 대리인을 선임했습니다. 지난 27일 1차 변론준비기일 당일 오전이었습니다.

대통령 측은 첫날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사실이나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시청한 그날의 일들을 말이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24.12.27)

정형식 재판관비상계엄 선포한 사실은 인정하시는 거죠? (피식) 그날 우리가 다들 뉴스에서 봤잖아요. 계엄 선포했고 담화문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언론에 보도되었고…12월 12일자로 피청구인이 담화문 발표를 했잖습니까. 담화문 발표 내용도 뉴스에 나온 대로 아닌가요?

배보윤 변호사(대통령측) 그건 답변서에 내용은 사실관계를 정리를… 말씀 해주시면 정확히 정리를 하고. 필요하면 또 자료 제출 요구를… 추후 답변서에…

정형식 재판관크게 다툴 여지는 없어 보이긴 하는데요(웃음). 다투지 않고 필요한 부분은 추후 서면으로 내시면 어떤가 하는게. 그 부분은 공지의 사실 같아서요.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물론 다른 문제예요.

(중략)

정형식 재판관 군경을 이용한 국회 활동 방해 관련 부분입니다. 피청구인의 담화 내용에 기초하면 “국회 병력 투입한 이유가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 대비해 질서 유지 위한 것이다. 국회를 해산하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윤갑근 변호사(대통령측) 그런 주장이 포함돼 있긴 한데 종합적인 내용은 추후 검토해서…

정형식 재판관 담화문 내용에 따르면 그렇거든요?

윤갑근 변호사(대통령측) 전부가 아니니까요.


2차 변론준비기일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측은 절차 진행에 관한 의견서와 답변서 정도만 제출했습니다. 1차 변론준비기일에 재판관들이 요청한 비상계엄 선포 경위, 국회 군경 투입 경위 등에 대해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향후 재판에 어떻게 임할지에 대한 입증계획, 청구인 측의 주장을 탄핵할 증거나 증인 목록도 없었습니다.

대통령 측의 태도에 정 재판관은 답답함을 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25.01.03)

정형식 재판관 지난 준비 기일에 (요청한)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출입을 막거나 방해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답변서를 내지 않으셨던데. 아직 준비가 덜 되신 건가요?

(중략)

배진한 변호사(대통령측)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입증할 것도 많고 그래서요. 나중에 변론기일에서 충분히 주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양해를 좀 해주시면

정형식 재판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변론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답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엄을 선포한 게 12월 3일인데... 지금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 의견이 없다는 건 좀 이상하죠. 의견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중략) “추후에 하겠다”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되고 있다” 그러시지만… 어느정도는 내가시면서 하시라는 말씀이에요. 전체적인 맥락을 주장하시고 구체적인 것은 나눠서 주장을 하시더라도. 그렇게 해야 심리를 계속해 나갈 수가 있죠. 이쪽은 아무 이야기도 안 하고 있으면…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배보윤(왼쪽부터), 도태우, 배진한 변호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에서 대화하고 있다.[공동취재]

그러자 대통령 측은 ‘언론’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대서특필 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제출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대통령은 약자’라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정 재판관은 수긍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25.01.03)

정형식 재판관 준비 절차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충분히 답을 하실 수가 없다는 거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이제 변론에 들어가게 되면 답변을 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중략)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도 또 답을 내셔야지 그 답을 계속 안 낼 수는 없습니다.

배진한 변호사(대통령측) 준비한 이유가 서로 연계돼 있고 워낙 방대하다 보니까 목차를 뽑아서 정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서 부정선거를 얘기한다면 “부정선거가 있었다” 하면 또 언론에서 “선동이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중략)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고립된 약자의 형태가 돼 있습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렇게 대통령이 고립된 약자가 되는 경우는 사실 저도 이번에 처음 겪어봤습니다. 지금 뭐 한마디만 나가면 그냥 저희는 그냥 난도질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형식 재판관 물론 이 사건이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가 나가느냐에 신경을 쓰시는 거는 어쩔 수 없다고 보이기는 하지만.결국 재판의 판단은 재판관들이 하는 겁니다. 언론이 하는 게 아니라. 재판관들이 사안을 파악할 수 있는 의견을 내주시지 않고 “자꾸 지금 준비가 안 됐다. 언론에서 덤벼들 것 같으니까 철저하게 준비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러면…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

정 재판관이 ‘판단은 재판관이 한다’며 불쾌함을 표하자 대통령 측은 다급하게 “소송 지연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답변을 신중히 할 의도일 뿐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취지였습니다. 정 재판관은 “고려하겠다”고 선을 긋고 쟁점 정리를 마쳤습니다. 무작정 기다려줄 수만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죠.

이미선 헌법재판관 또한 ‘선례’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는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는 91일이 소요됐습니다. 대통령 측은 “졸속 재판은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재판관이 변론준비 절차를 종료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대리인이 말을 끊어 이 재판관이 “잠깐만요. 기다리세요”라고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측의 읍소에도 헌재는 단호했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은 2차례로 종료하고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인 변론기일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주 2회 진행을 예고하며 오는 2월 4일까지 총 5차례 변론기일을 통보했습니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4일 입장문을 통해 반박했습니다. 변호인단은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며 형사소송 규칙은 여러 공판기일을 일괄 지정할 경우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반드시 피청구인 또는 대리인의 의견을 들어야 함에도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했다”고 했습니다.

“탄핵 심판은 정치 투쟁” 여론전 예고

분명해진 것도 있습니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을 ‘이념 투쟁의 장’으로 규정했습니다. 헌재가 2차례 대통령 탄핵 심판을 통해 확립한 기준은 2가지입니다. 먼저 탄핵 소추 사유가 헌법·법률을 위반했는지입니다. 다음으로 위반했다면 파면할 정대로 중대한지입니다. 판단의 전제는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의 어떤 가치, 법률의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 사실 관계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이를 부정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25.01.03)

최거훈 변호사(대통령측) 전체적인 입장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형식상으로 탄핵 심판의 구도는 청구인인 국회, 피청구인 대통령, 심판기관 헌법재판소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구도는 이렇습니다.

(중략) 기본적으로 야당과 대통령 및 여당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 세력과 정권 유지 세력 간의 다툼입니다.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의 다툼입니다. 체제 변화 세력과 체제 유지 세력입니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반국가 종북 세력과 체제 수호와 국법 질서 유지 세력입니다. 국헌 문란 세력과 국헌 문란 방지 세력입니다.

국민은 이 처절한 싸움을 지켜보는 관중인 동시에 실제적인 심판관입니다. 재판정은 현실적인 조그마한 법정이 아니라 온 국민에게 공개된 경기장입니다. 온 국민이 공개된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피청구인 및 대리인은 그에 맞추어 변론하고 싸울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단순히 국회와 대통령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절차는 헌법재판소가 단순히 심판하는 판결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집단과 집단의 대결의 장이고 온 국민이 참여하는 체제, 가치, 이념 투쟁의 장입니다. 전쟁의 장이라고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3 [공동취재]

그러면서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 사유 못지않게 계엄 선포의 배경·이유에 대해 주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변호사는 “많은 시간 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계엄을 유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도 논의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 ‘당일’에 대한 설명 요구를 무시해 왔습니다.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와 병력을 투입한 이유 ▷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 개최 여부와 회의록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한 답변 등입니다. 윤 대통령이 3일과 12일 발표한 담화문으로 의중을 추측할 수 있을 뿐, 헌법재판관들이 참조할 만한 서면은 없었습니다.

대신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 ‘전’의 상황을 상세하게 따지겠다고 합니다. ‘적법한 비상계엄’이라는 점을 입증해 탄핵을 막아보겠다는 겁니다. 국회 측은 대통령 측의 이런 태도가 탄핵 심판을 변질시킬 것을 우려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25.01.03)

장순욱 변호사(국회측) 탄핵 심판의 성격에 대해서 정치 투쟁의 장이고 심판정에서 그런 정치 투쟁을 하겠다는 말씀을 공개적으로 하신 부분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는 (탄핵 심판의) 성격을 왜곡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심판 절차를 주관하시는 재판관님들을 모독하는 발언입니다. 도를 넘는 발언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적절히 통제하시고 경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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