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버드 진학에 걱정하는 父…“날 무시하면 어떡하지”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43]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비영리단체의 대표인 브래드(벤 스틸러)는 얼마 전부터 부쩍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끼던 직원이 회사를 나가면서부터다.
이직과 전직에 열려 있는 요즘 젊은 세대가 퇴사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충격받은 건 아니다.
그가 나가며 남긴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솔직히 제가 많이 벌어서 기부하는 게 낫지. 남들한테 기부하라고 쫓아다니긴 싫어요.”
예의 없는 말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사실 스스로도 애써 억눌러왔을 뿐, 늘 마음 한쪽에 품고 살아왔던 생각이기 때문이다.
브래드는 사회에 미칠 선한 영향력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한 자기 20대를 후회하기에 이른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 비영리단체 일에 투신하게 됐지만, 모임에서 브래드의 직업을 들은 사람들은 슬슬 피해 다니기 일쑤다.
혹시라도 후원해달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실제로 처음 본 사람에게 후원을 요청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예상은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그 사실이 브래드를 더 힘들게 한다.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가 된 동창, 영화감독이 된 동창, 자기 회사를 일찍 매각하고 은퇴 후의 삶을 즐기는 동창 등 모두 어딜 가든 환영받는다.
동창들이 자신을 모임에 부르는 일도 어느 순간부터 드물어졌다.
인생 역전을 도모해야 할 때 같지만, 아내 또한 공무원이라 드라마틱한 부의 증식을 기대하긴 어렵다.
상속받을 재산이 나올 구석도 별로 없다.
브래드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한 막막함을 느꼈다.
브래드는 아들의 대학 면접 겸 캠퍼스 투어를 나선 길에 뜻밖의 사실을 접하게 된다.
아들이 면접을 앞둔 학교가 바로 하버드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울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을 거머쥔 아들이 정작 아버지를 무시할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아들의 성취는 아들의 것일 뿐 아버지와 상관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랑해.”
브래드는 남의 시선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그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아이와 있을 땐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말이다.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평가받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부모 자녀 관계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얘기한다. 서로가 서로이기 때문에 소중한, 세상에서 몇 안 되는 관계인 것이다.
어쩌면 가족으로서 우리가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도 그저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안에 있으면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충분히 휴식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다. 울타리 안으로 자꾸 세상의 평가 잣대를 끌어오는 건 자신은 물론 가족 구성원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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