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업 이만한 게 없다”...한국, 현존 최고 플라스틱 분해 기술 확보했다는데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5. 1. 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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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은 약 3억5300만톤(t)에 이른다. 이 중 재활용 된 것은 3400만t, 9% 정도로 10%에도 이르지 못한다. 100개 중 91개가 소각 또는 매립 등 관리되지 않고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버려진 폐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사람의 몸 구석구석 침투 중이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들이 장기 곳곳에서 발견되나는 연구결과가 연달아 보고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세계 최고 성능의 바이오촉매를 개발했다. 1kg의 PET를 0.58g의 촉매가 1시간 이내 절반은 분해시킨다. 8시간이면 90% 분해가 가능한 촉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김경진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와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바이오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국제학술지로 꼽히는 ‘사이언스’에 같은 날 공개됐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제품으로 변화되는 과정에 대한 흐름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PET는 대표적인 범용 플라스틱이다. 페트병 뿐 아니라 의류나 안전벨트, 테이크아웃컵, 차량매트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사용 후의 폐플라스틱은 분리수거 후 라벨 제거와 분쇄, 세척, 원료화를 거치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기계적 재활용을 통해 중간 제품으로 다시 플라스틱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된 소재는 품질이 떨어져 결국 소각이나 매립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자들은 ‘화학적 재활용’ 방법을 강구했다. 플라스틱을 열로 녹이거나 용매제로 분해해 원료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또한 원료 오염에 따른 한계 때문에 적용 가능한 폐기물이 제한돼 있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주요 형태인 플레이크에서 출발해 , 전처리, 분해반응, 재생원료 회수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가장 오른쪽의 brPTA(brTPA, biologically recycled terephthalic acid)가 재생 원료 제품이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학적 재활용’에 주목했다. 자연 환경에서 나무가 썩는 과정처럼 바이오촉매가 분해 반응을 매개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법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플라스틱을 분배하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오촉매 30여종을 종합했다. 그런 다음 이 중 분해 효율이 가장 높은 바이오촉매 ‘쿠부(Kubu-P)’를 발굴했다. 김 교수는 “Kutzneria buriramensis란 균주에서 유래한 바이오촉매”라며 “태국의 밀림 열대우림 지역에서 발견돼 공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쿠부를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 응용 목적에 맞는 효소를 개발하는 ‘효소공학 기술’을 활용해 쿠부를 개량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구조나 서열 정보를 활용해 플라스틱 분해 효율을 높여 ‘쿠부M12’라는 새 바이오 촉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쿠부M12는 1kg의 PET를 0.58g의 소량으로 1시간 이내에 45%, 8시간 만에 90% 이상 분해하는 세계 최고의 성능을 보였다. 플라스틱에 선택적으로 반응하고 순수한 반응물을 생성하는 등 플라스틱 분해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으며, 재활용 시 소재의 품질도 뛰어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색 플레이크, 알루미늄 소재 등이 혼합된 C급 복합 플라스틱 플레이크를 이용해 재생된 테레프탈산 제품으로 새롭게 합성한 페트병의 사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경진 교수는 개발한 바이오촉매의 사업화를 위해 ‘자이엔’이란 기업을 창업했다. CJ제일제당과도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연구팀은 쿠부M12를 이용해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자이엔은 효성TNC 등과 함께 폐섬유 재생 연구도 추진 중이다.

김경진 교수는 “바이오촉매를 통한 생물학적 재활용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오염된 플라스틱까지도 영구적 재활용이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본 연구는 자연이 가진 위대한 잠재력을 파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다양한 화학 산업에서 바이오촉매를 응용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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