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OOO 좀 하지마!”…밥맛 없는 백반집, 문제는 ‘이것’ [미담:味談]

채상우 2025. 1. 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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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유동률 셰프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오미식당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제발, 밥 좀 덜어서 보온기에 넣어 놓지 마세요!”

유동율 오미식당 대표가 밥을 소홀히 대하는 한국의 백반집들을 향해 쓴 소리를 냈다.

‘한국인은 밥심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식문화는 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밥맛이 한식 한 상(床)의 성패를 가른다. 아무리 반찬이 맛있더라도, 밥에서 냄새가 나거나 너무 질거나 된 밥이 나온다면, 그 한 상의 가치는 추락해버리곤 한다. 반면, 좋을 쌀로 정성껏 지은 고슬한 밥 한공기만 있다면, 소담한 반찬 몇개만 있어도 그 상은 빛나게 된다. 그것이 밥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백반 문화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많은 한식집에서는 밥 맛은 뒤로한 채 편의성만 챙기며, 맛 없는 밥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밥을 중심으로 한다는 ‘백반집’ 상호를 단 식당에서조차 밥의 중요성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 꺼끌꺼끌할 정도로 말라붙어 있거나, 퉁퉁 불어 있기도 하고, 또 부셔진 밥알들이 뒤엉켜 떡처럼 짓이겨 있기도 한다.

유 셰프는 “식당이 편의성만 챙긴 결과”라고 일갈했다.

“많은 식당에서 밥을 밥공기에 퍼다가 뚜껑을 덮어 보온기에 넣어두고, 팔고 있거든요. 그러면, 밥공기 뚜껑에 수분이 맺히고 그 수분이 다시 밥으로 흘러 들어가 밥알이 물기를 머금어 퉁퉁 불게 돼요. 보온기에 오래 있던 밥이 맛이 없는 이유에요. 맛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편의성만 챙긴 결과물이죠. 적어도 밥이 주문된 후에 공기에 담아 파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유동율 셰프가 만든 사케동.

좋은 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유 셰프는 좋은 쌀과 수분의 양이 좋은 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천 쌀, 고시히카리 같은 좋은 품종일 수록 밥 맛이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균일도가 높은 쌀일 수록 좋은 것도 당연한 거지요. 그만큼 중요한 게 수분의 양이에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또 밥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지에 따라 수분의 양을 다 다르게 맞춰야 해요. 예컨대 햅쌀은 쌀 자체에 힘이 좋아, 물을 적게 잡아도 밥을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유 셰프가 운영하는 오미식당은 덮밥 전문점이다. 덮밥은 밥이 맛이 없으면, 실패한 요리다. 그가 밥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밥맛을 유지하기 위해 밥솥에서 밥을 한 직후 절반을 덜어 놓는다. 아래에 깔린 밥이 위의 밥 무게에 눌려 떡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많은 식당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밥을 지은 직후 주걱으로 섞고 있지만, 유 셰프는 그럴 경우 쌀알이 짓이겨져 밥 맛을 헤쳐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밥 맛을 유지하기 위해 유 셰프와 소수의 직원만이 완성된 밥을 만질 수 있다. 밥을 퍼담는 과정에서 밥알이 부셔져 맛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이엔드가 아닌, 대중식당인 만큼 최상품의 쌀로 밥을 지을 수는 없지만, 한정된 환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맛을 제공해드리고 싶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뿐입니다.”

제2의 인생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 전하는 따뜻한 식당 만들고파
유동율 셰프. 본인 제공

유명 요리 경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 준우승자인 유동율 셰프의 별명은 ‘요리 타짜’다. 맛만 보고 해당 요리를 90% 이상 똑같이 만들어 내, 방송 내에서 강레오 셰프가 붙여준 별명이다.

‘절대미각’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은 남들보다 조금 더 맛에 예민할 뿐, 영화에 나오는 마술같은 절대미각의 소유자는 아니라고 손사레를 쳤다.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수준의 절대미각은 전혀 아니고요. 맛에 있어 조금 예민한 편인 건 맛는 거 같아요. 음식에 사용된 재료의 비율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과거 경영프로그램에 나갈 당시에 아마추어다 보니까, 음식을 대하는 데 편견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베테랑 셰프일수록 자신의 경험에 맞춰 음식을 만들 수밖에 없으니깐요.”

그의 입맛이 예민한 건 부모님 덕분이다. 당시에 구하기 힘든 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해주셨던 게 예민한 입맛을 갖게 한 비결이라고 유 셰프는 말했다.

“부모님이 굉장한 미식가셨어요. 80년대 초반임에도 집에서 동남아 음식을 해주시고, 고노와다(일본식 해삼내장젓갈) 같은 구하기 힘든 재료로 요리를 해주시곤 하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그런 음식을 다양하게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입맛도 디테일해지더라고요. 또, 탄산같이 자극적인 걸 주지 않으셨어요. 자극적인 맛은 입맛을 무디게 만들거든요.”

유동율 셰프의 규동.

유 셰프의 이력은 특이하다. 명문대 공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하다 서른 살이 넘어 본격적으로 셰프의 길에 들어섰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출연 당시 실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션을 수행한 후, 손님들이 자신의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뒤 ‘셰프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확실해졌다고 한다.

그런 그의 목표는 본인과 같이 제2의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유동율 셰프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음식을 맛본 직장인들이 셰프라는 꿈을 키울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영화 속에만 있을 법한 낭만 젖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 하루 삭막해지는 우리의 삶에 필요한 건 어쩌면 그런 따뜻한 희망이지 않을까.

“제 또래 40대, 50대 분들이 이제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을 했어요. 그 분들이 제2의 인생으로 요식업을 많이 고민하시는데, 귀감을 줄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요.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면 상담을 해주고, 음식의 맛을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식당이요. 프랜차이즈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냉혹한 환경에 처한 그들에게 따뜻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 가족 먹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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