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에도 '매운맛 등급'이 있다고?
한국 고추장,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저는 요즘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어떤 식재료이든 감칠맛이 돌게 해주는 장(醬)류 3총사(고추장, 된장, 간장)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습니다. 이 장류들을 활용하면 다양한 반찬과 국, 찌개를 완성할 수 있죠. 제가 가장 많이 찾는 장류는 고추장입니다. 매콤한 게 땡길 때 감칠맛을 더해주는 기특한 소스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고추장에는 고추가 들어가죠. 고추는 화학물질인 캡사이신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추가루의 경우 캡사이신 함량에 따라 단계를 나눕니다. 그런데 고추장은 고추장만의 매운맛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 장류인 고추장의 매운맛 등급과 세계규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고추장 매운맛 등급 따로 있다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 SHU)'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스코빌 지수는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하여 만든 지수입니다. 매움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죠.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1912년에 개발한 지수입니다. 라면, 소스 등이 얼마나 매운지를 나타낼 때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매운 소스인 '고추장'에도 매운맛을 나타내는 단위가 있습니다. 바로 'GHU(Gochujang Hot taste Unit)'인데요. 캡사이신 함량을 기준으로 단계를 매기면서도 별도의 5단계 표기를 만들었습니다.
2009년 한국식품연구원과 CJ제일제당, 대상은 1년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듬해인 2010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업계는 고추장의 매운맛을 5단계로 구분해 표기하는 국내 표준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KS규격인증을 받은 고추장 제품에는 GHU를 의무적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GHU가 30 미만이면 순한맛, 30~45는 덜 매운맛, 45~75는 보통 매운맛, 75~100은 매운맛, 100 이상은 매우 매운맛입니다. 영문 표기 역시 매운 순서대로 각각 'Mild hot-Slight hot-Medium hot-Very hot-Extreme hot'입니다.
이를 통해 다른 회사의 고추장 제품이라도 같은 매운맛 등급이라면 비슷한 정도의 맵기를 즐길 수 있죠. 매운맛 등급별 제품을 살펴볼까요.
CJ제일제당의 해찬들 고추장을 보면 3단계(보통 매운맛) 제품이 가장 많습니다. '100% 국산고추장', '100% 태양초 우리쌀 고추장', '찹쌀 태양초 고추장', '태양초 골드 고추장', '나트륨을 줄인 우리찹쌀·우리쌀 태양초 고추장' 등이 해당됩니다.
이외 △1단계엔 '덜 맵게 순한 태양초 고추장' △2단계(덜 매운맛)엔 '알찬 고추장', '가득찬 고추장' △4단계(더 매운 맛)엔 '매운 태양초 우리쌀 고추장' △5단계(매우 매운맛)엔 '청양초 고추장' 등이 있습니다.
대상 청정원 역시 대부분의 고추장 제품은 3단계에 해당합니다. 2단계 제품명엔 '덜 매운'이, 4단계 제품명엔 '매운'이, 5단계 제품명엔 '불타는'이 각각 적혀있습니다. 1단계의 경우 가정용 제품으론 생산하지 않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급식용으로만 생산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국내와 해외에서 가장 잘 팔리는 GHU 단계는 무엇일까요? 미리 제품을 소개하며 힌트를 드린 것 같은데요. 국내외 모두 중간 맵기인 3단계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대상은 해외에서 3단계 제품만 판매하고 있고요. CJ제일제당은 3단계가 주를 이루고, 2, 4단계도 일부 판매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GHU 표기는 해외에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국내와 같이 표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고추장 규격이 세계 규격
또 한 가지 고추장에 대해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고추장 규격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세계규격으로 채택돼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이로써 고추장은 김치, 인삼 다음으로 Codex 규격을 갖춘 세 번째 한국 식품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추장 Codex 규격은 2009년 아시아 내에서 통용되는 지역 규격으로 선정됐고요. 2020년엔 '세계 규격'으로 채택됐습니다.
특히 고추장 Codex 세계규격엔 '고추장(Gochujang)'이라는 우리 고유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레드 페퍼 페이스트, 칠리소스 등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발효식품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고추장의 정의와 발효, 숙성, 성분, 품질요소 등이 세계 규격으로 정해졌는데요. 품질 요소를 살펴보면 캡사이신 10.0pg/㎖(w/w) 이상, 조단백질 3.0%(w/w) 이상, 수분 60.0%(w/w) 이하여야 합니다. 특유의 향미, 냄새 및 특성으로는 고추에서 유래된 붉거나 검붉은 색깔, 맵고 식욕을 돋우는 맛, 적절한 수준의 점도를 갖춰야 합니다.
K컬처 인기와 함께 고추장 Codex 세계규격 채택에 힘 입어 고추장 수출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관세청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고추장의 수출 중량은 2020년 2만1542톤에서 2023년 2만5102톤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1~11월 수출량은 2만3868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지난달엔 우리나라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요. 장 문화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도 있지만, 한국 고유의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에 의미가 큽니다. 대한민국식품명인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쳐 2015년 기초연구를 시작해 10여 년 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던 것이 열매를 맺은 겁니다.
지금까지 고추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GHU를 확인 후 고추장 제품을 구매해보시면 알맞은 맵기로 음식을 만들어 드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는 3단계의 찹쌀 고추장을 구매해 고추장 찌개를 만들어 먹어볼까 합니다. 맛있는 식사하시면서 포근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