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중도 연정’ 불발로 총리 사임···극우 부상 우려
프·독 등 유럽 곳곳에서 극우 세력 약진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중도 성향 정당 간 연립 정부 구성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4일(현지시간) 사의를 표했다. 제1당인 극우 성향 자유당 중심의 정부 구성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당 대표인 네함머 총리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유감스럽게도 오늘 협상이 끝났고 국민당은 협상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총리와 국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질서 있는 이양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선 지난해 9월 총선 후 2위인 국민당과 3위인 사회민주당이 연정을 구성했다. 두 당은 각각 중도 보수,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과반 이하로 의석수 1위를 차지한 자유당은 연정 구성에서 배제됐다.
연정 양당은 이번 협상에서 이전 정부가 남긴 적자 문제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함머 총리는 사회민주당 내에서 “파괴적인 세력이 우위를 차지했다”며 국민당은 경제 경쟁력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정책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당인 극우 성향 자유당 중심의 연정 구성이 유력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조기 총선도 가능하긴 하지만 오스트리아 선거법상 5월 이전에 실시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당의 차기 대표가 누가 되든 네함머 총리보다는 자유당과의 연정에 더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국민당과 자유당은 경제 정책뿐 아니라 이주 문제 등에서 이미 친화적이라고 AP통신은 평했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DW)는 자유당 우위 구도가 ‘중도 연대’ 붕괴에 따라 보다 공고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자유당 지지율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총선 득표율(29%) 대비 5%포인트(p) 남짓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레아스 바블러 사회민주당 대표는 국민당의 협상 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우익 극단주의 대표가 있는 자유당과 국민당 (연립) 정부는 여러 면에서 우리(오스트리아)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이터는 이번 오스트리아 연정 협상 결렬이 “극우 세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많은 정당이 이들과 협력하길 꺼리는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에서 안정적 정부 구성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유럽 곳곳 상황과 연결 짓기도 했다. 현재 EU 회원국 중 4분의 3은 중도 우파 정당 주도이거나, 우파 정당이 한 개 이상 포함된 연립 정부가 집권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정당인 프랑스 국민연합(RN), 독일을위한대안(AfD), 이탈리아형제들(Fdl)이 약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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