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맹국 이렇게 취급하다니”…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중단에 소송 불사

홍석재 기자 2025. 1. 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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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설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철강 산업을 구해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4위 철강기업 일본제철이 미국 유에스(US)스틸 인수 추진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실상 ‘매각 불허’ 결정이 내려지자 “동맹국인 일본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불사 입장을 내놨다. 일본제철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재협상이나 기업 부분 인수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느 쪽도 전망이 밝지 않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등은 5일 “일본제철이 유에스스틸 인수 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을 굳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인수 계획 중단 명령’을 결정한 절차의 정당성 등을 다투게 된다”고 밝혔다.

유에스스틸 매각 허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 전 성명에서 “유에스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노동조합에 소속된 미국인 철강 노동자가 운영하는 세계 최고의 자랑스러운 미국기업으로 남을 것”이라며 유에스스틸 매각 불허 결정을 발표했다. 그는 “범정부 내 국가 안보 및 무역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했듯이 이번 인수는 미국의 최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한 곳을 외국의 통제에 두는 것으로 우리 국가 안보와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명령에는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인수 계획을 끝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는 2월2일 이전에 ‘포기 증명서’를 제출하면 인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다. 일본제철은 일단 미국 정부의 ‘인수 포기 명령’ 효력에 대한 일시 정지를 법원에 요청한 뒤 본격적인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유에스스틸과 149억달러(약 21조원) 인수 계약에 합의했다. 유에스스틸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매각 찬성 의견이 나왔지만, 노조 쪽에서 강력 반발했다. 올해 4∼9월께 최종 계약서에 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미국 재무장관 등이 참여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특정 미국 기업의 국외 매각이 자국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는지를 확인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전과 맞물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모두 ‘매각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고, 이 사안이 정치적 논쟁으로 번졌다.

세계 4위 철강기업인 일본제철은 유에스스틸을 인수해 중국 철강기업에 맞선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전세계 철강시장은 중국 기업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세계 1위 중국 바오우스틸(2023년 기준 1억3077만톤)을 비롯해 10대 기업안에 중국기업이 6곳이나 들어있다. 이들을 빼고는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2위·6852만톤), 일본 일본제철(4위·4366만톤), 한국 포스코(7위·3844만톤), 인도 타타제철(10위·2950만톤) 정도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본제철의 유에스스틸(24위·1575만톤) 인수에는 생산량을 세계 3위으로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에서 우위를 점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일본과 달리 미국 시장에서 장기적인 미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거의 성사 단계까지 온 기업 간 인수 문제를 미국 정부가 정치적 논리로 막아서자 일본제철 쪽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회사 쪽은 4일 유에스스틸과 공동성명을 내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인 의도로 매각 불허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미국 헌법상 절차나 대미 외국 투자 위원회를 규율하는 법령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동맹국인 일본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충격적이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는 다른 동맹국의 모든 기업에도 투자를 차단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본제철은 “유에스스틸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해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매각 불허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의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일본제철이 내놓은 여러 대안에 대해 별다른 응답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강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 직후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스러운 판단”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쪽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핑계에 불과하며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불허할 수 없기 때문”이라거나, “원래 아무 문제가 없는 인수”라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제철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6월 중순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면 유에스스틸에 5억6500만달러(9천억원) 규모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제철은 소송전과 함께 ‘우선 부분 인수’ 같은 우회로도 찾고 있다. 유에스스틸은 크게 철광석을 석탄으로 바꾸는 ‘고로’ 사업과 스크랩(철판)을 전기로 녹이는 ‘전기로’ 사업분야가 있는데, 노동조합이 없는 전기로 사업의 인수를 먼저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언론 쪽에선 “부분 인수 역시 미국의 안보와 관련한 재심사를 피할 수 없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결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매각 중단 결정 철회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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