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된다?…尹 방어에 스텝 꼬인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혐의를 제외하겠다고 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찐빵 없는 찐빵”이라며 “국회 재의결을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국회 재의결 없이 뇌물죄·강요죄 등 형법상 범죄를 빼고 탄핵사유서를 수정해 제출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가 이번엔 대통령 탄핵 반대를 이끄는 여당 원내사령탑으로 정반대 위치에 서면서 과거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기로 하자 공세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내란 혐의는 대통령 탄핵소추문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고, 핵심을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소추문을 각하하고, 다시 제대로 된 소추문으로 국회 재의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야당은 국민을 우롱한 졸속 탄핵소추문 작성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사유서에서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 범죄를 빼고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으로 탄핵소추사유서를 재정리해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그는 2017년 1월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탄핵소추사유서를 다시 작성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집무집행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느냐가 탄핵심판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탄핵 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니라 징계처분의 성격을 띠고 있는 행정소송”이라며 “탄핵소추안을 작성할 당시 헌법 위반 부분과 법률 위반 부분을 나눴는데 형법상의 범죄가 성립하느냐 유무는 헌법재판의 대상이 아니라 형사 재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뇌물죄가 되느냐, 강요죄가 되느냐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그런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느냐는 식으로 재작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현재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 통령 탄핵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하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2017년 당시에도 여권에서 탄핵소추사유서가 바뀌었으니 탄핵안 국회 의결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당시 헌법재판소는 다시 의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입장을 두고도 8년 전과 달라진 견해를 보였다. 그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시에서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지난 2017년 2월1일에는 당시 퇴임을 앞둔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임 절차에 대해 “이 재판관 후임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절차를 지금부터 밟아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가 이번엔 윤 대통령 탄핵을 막아야 하는 여당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스텝이 꼬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의 현재 입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발언과 반대된다는 지적에 “그때 내용하고 지금 내용하고 내용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그 때는 여러 사항들 중에서 (당시 제외된 뇌물죄, 강요죄 등이) 중대한 사유가 아니었고 지금은 탄핵소추안의 중대 사유가 내란죄 적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내란죄는 중대한 탄핵소추의 근거라고 홍보해왔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당 모두에게 내란죄 선동 혐의를 씌워서 고발까지 했다”며 “조기대선을 이끌겠다는 의도로 중요한 소추 이유를 스스로 철회한 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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