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성적 모욕 글, 존엄성 훼손한 음란물”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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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쓴 행위는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ㄱ씨는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0월30일 인터넷게임 단체대화방에서 이태원 참사 여성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게시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ㄱ씨의 글이 ‘음란한 문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1·2심 재판부는 “노골적인 방법으로 남녀의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추모와 애도의 대상이 되는 사망자의 유체를 성적 쾌락의 대상과 수단에 불과한 것처럼 비하해 불법적·반사회적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인격체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