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봐도 눈물이 나와"…일상 삼킨 트라우마, 극복은

박영주 기자 2025. 1. 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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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공포, 슬픔, 무력감 등 트라우마 우려
"주변서 경청과 공감, 조건없는 지지 필요"
"PTSD, 불안장애 등 증상 시 전문가 치료"
"어려움 충분히 소통하고 일상 유지 도움"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인근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25.01.03. jini@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전병훈 수습 기자 = 강모(41)씨는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뉴스를 본 이후 눈물이 나고 우울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으면 뉴스에서 보던 참사 잔상이 자꾸 떠오르는가 하면 일상생활 중에도 참사 희생자들이 생각나는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씨는 "사고 영상을 본 뒤로 머릿속에서 계속 영상이 반복되는 느낌"이라며 "희생자들의 아픔과 유가족들의 슬픔이 느껴져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비상계엄에 이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마음 아픈 일들이 왜 연이어 터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행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들도 불안과 답답함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로 인한 우울감이 계속되는가 하면 비행기만 봐도 울렁거림 등을 느낀다는 목소리다.

김모(30)씨는 "누구든지 붙잡고 (참사 원인에 대해) 따지고 싶을 정도로 답답한 응어리가 생긴 것 같다"면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제삼자인데도 눈물도 난다"고 말했다.

류모(33)씨는 "편안하고 행복해야 할 연말에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 현실이 너무 무섭다"며 "우리나라 전체 안전 규제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정도"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참사 이후 생각이 너무 많아 우울하고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다", "내 가족이나 지인이 될 수 있는 사고를 접한 이후 잠을 못 자고 있다. 가슴이 무너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배를 못 타고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많으면 과호흡이 오는데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비행기도 무서워졌다"고 털어놨다.

5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심리학회 등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 증상 등 다양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피해자와 유가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리적 고립감을 느끼기 쉽고 이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화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변 사람들의 경청과 공감, 조건 없는 지지가 필요하다. 유가족이나 생존자에게 섣부른 조언이나 판단을 삼가고 피해자와 유가족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울, 불안, 분노가 심각해 일상생활 기능이 방해되면 심리 상담을 받도록 도와야 한다. 트라우마로부터 회복을 위해서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사회적 태도가 중요하다.

또 재난사고는 유가족과 생존자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들도 심장박동 증가, 불면, 소화불량, 사고 현장 및 관련 소식 반복적으로 떠오름, 악몽, 무력감, 분노, 우울감 등 여러 심리적, 신체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회복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를 느끼고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경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과 만나 마음을 나누고 사고와 관련된 뉴스 기사, SNS 글, 영상 등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아야 한다. 술, 담배, 약물, 카페인 등에 의존해 감정을 외면하거나 자신이나 타인을 지나치게 탓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으로 조문객들이 헌화를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동취재) 2025.01.02. photo@newsis.com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특임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해서 모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대부분 사람은 마음속에 건강한 회복력이 있기 때문에 몇 주 혹은 몇 개월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는데 PTSD, 불안장애, 공황장애, 알코올 의존, 불면증 등이 심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럴 때는 가급적 초기에 전문가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충격을 받은 이후 그 생각이 반복해서 떠오르고(회상), 비슷한 대상이나 장소, 비행기 타는 것을 피하거나(회피), 작은 일에도 놀라는 일이 지속되면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임 교수는 "가족 또는 친한 친구들과 일상생활을 하며 조용하게 보내는 게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다. 소수의 사람과 힘듦과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자는 습관 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는 참사로 인해 아동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불안을 느낄 때 따뜻하게 안아주고 참사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도록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은경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아동·청소년학회장(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제주항공 참사 영상,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아동·청소년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보도는 제한적으로 시청하고 자극적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산, 공유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따뜻한 목소리로 안심시키고 심호흡, 나비 포옹 등과 같은 안정화 기법 활용이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ida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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