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온 교민 “윤석열 체포 직접 보러 와…젊은이들에 부채감”

박고은 기자 2025. 1. 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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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가 발령된 5일 아침 7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도로에서 밤을 꼬박 지새운 시민들은 "윤석열 즉각 체포"를 간절하게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 20만명(주최 쪽 추산)이 전날 저녁 이곳에 모여들었고, 1천여명의 시민이 폭설 속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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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관저 앞 2박3일 릴레이 집회 현장
눈 맞으며 밤 지샌 시민들 “윤석열 즉각 체포”
추위 이기려 케이팝 맞춰 춤, 자유발언 이어가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며 밤샘 집회를 한 시민들이 5일 새벽 7시30분께 몸을 녹이기 위해 춤을 추고 있다. 박고은 기자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5일 아침 7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도로에서 밤을 꼬박 지새운 시민들은 “윤석열 즉각 체포”를 간절하게 외쳤다. 추위를 막기 위해 뒤집어쓴 은색 바람막이 위로 눈이 쌓여갔지만, 시민들은 몸을 녹이려 케이팝에 맞춰 춤을 췄고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자유발언을 끝없이 이어갔다. 시민들이 한남동에 모여 릴레이 집회를 벌이기 시작한지 벌써 2박3일째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5차 범시민대행진’을 마친 뒤 한남동으로 넘어와 밤샘 집회를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 20만명(주최 쪽 추산)이 전날 저녁 이곳에 모여들었고, 1천여명의 시민이 폭설 속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밤을 지새웠다. 눈이 그치지 않은 채 날이 밝았고, 첫차 운행이 시작되자 다시 시민들이 속속 모이고 있다.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채 따듯한 관저에 머무는 윤 대통령을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프랑스 파리 교민 쟈크 박이(56)씨는 “윤 대통령이 체포되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프랑스에서 귀국했다”며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를 지킨 시민들과 나라의 정상화를 위해 거리에 나서는 젊은 세대들을 보며 먼 곳에서 지켜만 보는 것에 대한 부채감이 늘 있었다.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밤을 새웠는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경기 안산에서 온 김예진(32)씨도 “따뜻한 관저 안에서 갈라치기나 하는 윤 대통령을 보며 어이가 없어 집회에 나왔다”며 “대국민 담화에서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해놓고 왜 또 거짓말을 하느냐. 떳떳하면 조사에 임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5일 새벽 7시께 시민들이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며 밤샘 집회를 하는 모습. 박고은 기자

체포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아직도 윤 대통령을 호위하는 경호처에 대한 분노도 잇따랐다. 직장인 김예인(27)씨는 “지난주 금요일 윤 대통령이 당연히 체포될 줄 알았는데 공수처가 금방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답답해서 나왔다”며 “현실을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만 보는 대통령을 언제까지 그 자리에 두려 하냐”고 했다. 부산에서 온 박아무개(34)씨도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경호처도 내란동조죄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는 공수처의 명운을 걸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이들을 체포해서라도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밤샘 집회에는 청년 여성, 노동자,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발언대에 오른 한 여성은 “저는 노동자도, 대학생도 아닌 학교 밖 청소년”이라며 “우리도 여기에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보잘것없는 내란수괴범과 달리 여기에 모인 시민들은 선의의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선의가 이길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싸우자”고 외쳤다.

민주주의 현장에선 시민들의 연대를 예찬하는 방법도 다채로웠다. 시인을 꿈꾼다는 남영주(34)씨는 “평소 뉴스에서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약자들의 목소리를 이곳에서 들을 수 있었고, 강한 연대감 또한 느낄 수 있었다”며 자작시 ‘내가 눈이 되어 내린다면’을 읊었다. “내가 눈이 되어 내린다면 / 나는 세상의 모든 슬픈 목소리를 듣기 위해 / 낮은 곳으로 흩날릴 거야. / 내가 눈이 되어 내린다면 / 나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 품속에 스며들고 /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 따뜻하게 사라질 거야.”

윤 대통령 체포영장 만료를 하루 남짓 남긴 이날 아침 10시 비상행동은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즉각 체포”를 촉구했다. 공개발언에 나선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분노한 시민들이 한겨울 밤을 두번이나 지새우며 즉각 체포를 명령하는데 이 목소리가 안 들리냐”며 “국민 세금으로 녹을 받는 경호처가 내란범을 감싸는 건 국민에 대한 반역이며 내란공범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은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윤석열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맘에 안 든다고 불법이니 무효니 하면서 집행을 무력으로 거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힘센 자들이 영장에 대해 불법이니 무효니 하며 버티면 어떻게 할 거냐, 이게 나라냐”고 비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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