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제도'…'60세 정년제' 10년의 역사
[편집자주] 올해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데,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다. 특히 퇴직 후 소득공백(Crevasse)은 노인 빈곤을 더 악화시킨다. 정년과 연금 제도의 불일치로 60~65세는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혼(滿婚) 추세 속 소득공백은 이제 '공포' 그 이상이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가 이어지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공백의 현실을 진단하고 소득 공백을 늦출 일자리,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연금 개혁 등 합리적 대안을 짚어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난다. 기업 5곳 중 1곳만이 60세 정년제를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2016년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며 '60세 정년제' 취지 자체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이 아닌 임금체계 개선이 병행되는 '계속 고용'을 고민해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5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장년층(55~64세)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주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4세다.
법정 정년보다 10년 이상 먼저 자신이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다.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법과 현실 사이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얘기다.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2013년 당시 장년층의 주된 일자리 퇴직 평균 연령이 49.4세였던 것으로 고려하면 10여년 간 고용안정 측면에서의 정년 연장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 '정년 퇴직'으로 가장 오래된 일자리를 그만둔 중장년층은 9.3%에 불과했다. 10명 중 9명은 정년 도달 전 자신의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둔 이유를 사유를 살펴보면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폐업(29.1%) △건강이 좋지 않아서(19.1%)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15.8%)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11.7%) 등 순이었다.
10명 중 4명은 개인 사정이 아닌 회사 문제로 비자발적 퇴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년제를 운용 중인 기업도 소수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표본 사업체 171만9502개 중 정년제를 운용 중인 사업체는 21.2%(36만3817개)에 불과했다.
사업체가 클수록, 사업체에 노동조합이 있을수록 정년제 운용 비율이 높았다. 300인 이상 기업 94.6%, 노조가 있는 기업 95.7%에서 정년제를 운용하고 있었다.
반대로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선 60세 정년제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많은 중소기업에 정년이 없는 이유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년 제도는 특정 나이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나이 이상의 근로자를 일률적으로 퇴직시키는 제도이기도 하다.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의 경우 법정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계속고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60세 정년제가 완벽히 작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중심에는 2016년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되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기업 일부는 임금피크제를 악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정적 고용 연장'이란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와 달리 노사관계에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로 악용한 것이다. 정년은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됐는데 반해 임금피크제를 정년 도달 5년 전부터 적용하면서 정년이 되기 훨씬 전부터 근로자를 내쫓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한 계속 고용 논의에서 과거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교한 임금체계 개선 논의도 병행하면서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임금체계 개편 없는 법정 정년연장은 일자리에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성과가 부진한 근로자를 해고하기 어렵고 생산성보다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연공·호봉제 임금체계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오래 근무한 고령자일수록 생산성과 임금간 괴리가 매우 크다. 정년연장에 맞서 기업들이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선 이유다.
반면 노동계는 연공·호봉제를 보다 유연한 직무급제 등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2021년 기준 노조 결성 비율이 14.2%에 불과한 상황에서 노조가 없는 대다수 사업장에서 일방적인 임금 체계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불신의 골이 깊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013년 정년 60세 연장 당시) 국회에서 결정되며 사회적 대화는 짧게 논의하고 끝나 공론화 작업이 잘 안됐다"며 "임금을 깎는 게 아니고 연장이 되는 기간엔 '일한 만큼, 기여한 만큼, 성과를 낸 만큼 임금을 받는다'는 시스템으로 가야 지속 가능한 정년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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