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참사로 한 집 건너 장례' 광주·전남…국가지원 절실
가족단위·직업 다양…직·간접 연결돼 부고 소식만
"심리적 불안 해소 위한 지역 사회 분위기 조성"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 만에 179명의 희생자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장례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피해자가 가장 많은 광주와 전남은 직·간접적으로 희생자·유가족 등과 연결되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가족단위 피해가 많아 남아있는 가족의 생계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희생자가 운영하던 학원·병원 등을 이용했던 학생·학부모·환자 등도 안타까움에 우울감 증상을 보이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한 국가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5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79명의 희생자가 시신 재구성 작업을 마친 뒤 구비 서류 작업 등을 거쳐 가족에게 인도돼 장례절차도 본격화 되고 있다.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 중 157명(태국 1명 포함·87.7%)이 광주·전남 지역민이다. 또 대부분의 희생자는 모녀, 부자, 부부 등 가족단위로 파악돼 합동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직업군도 회사원·의사·학원장·공무원·사업가·주부 등으로 다양하고 미성년 학생·영유아도 13명이 참사로 희생됐다.
희생자에 지인 등이 포함될 수 있어 언론보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광주·전남지역민은 '전원 신원확인' 이후 문자메시지·언론사 '부고' 소식을 접하면서 실의에 빠진 모습이다.
광주의 한 학원은 "원장께서 참사로 운명하셨다. 원장의 교육 가치관과 철학을 믿고 맡겨주신 학부모들께 감사하며 휴강한다"고 알렸다.
학부모는 "학원장과 교사들을 좋아해 아이를 비롯해 수십 명이 다니고 있는데 현실로 접하니 멍한 기분이 들었고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며 "아이가 장례식장이라도 가고 싶다고 해 다녀올 생각이다"고 말했다.
희생자의 치과를 이용했던 40대 여성은 "원장이 명함까지 주며 '통증이 심하면 새벽에라도 연락하라'고 할 정도로 친절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현직 공무원 8명 등 지역민 13명이 희생된 화순군은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주인 없는 책상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 등으로 채워졌다.
장례절차를 지원하고 있는 광주시 한 관계자는 "희생자의 직업군도 다양하고 유족의 지인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여기저기서 부고 소식만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주와 전남지역 사회가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인 만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무안지역만 '특별재난지역 선포'됐으며 광주시도 정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위해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특별법에는 피해자 생활·의료비지원, 미성년 피해자 성인까지 지원, 희생자 유가족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이용, 기억의 공간 조성, 악성 유언비어 생산자 처벌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제주항공 참사는 사회적 재난인 만큼 응급대책과 재해구호에 필요한 재정과 금융지원으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복구비의 50%가 국비로 지원된다.
김경민 호남권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은 "광주와 전남지역은 희생자가 많아 유족·지인까지도 피해자로 분류해야 한다"며 "사고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적으로 힘들 때는 격려와 위로 등을 통해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24시간 이용이 가능한 정신건강센터(1577-0199)로 연락해 상담을 받는 등 전문가의 도움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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