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구조, 37년 만에 바뀌나…'구간부터 설정' 이원화 등 논의

권신혁 기자 2025. 1.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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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 주범…매번 파행만
법정기한 지킨 사례 단 9번 뿐
제도개선 연구회서 방안 논의
구간설정위원회 따로 두는 안
"이원화로 간극 좁히면 수월해"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지난해 7월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서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다. 2024.07.09.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전병훈 수습 기자 = 올해 사상 최초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의 발화제였던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하는 논의가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이 반복되며 매번 기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이번 안이 수용되면 37년 만에 해묵은 제도가 바뀌는 것이다. 이에 올해부터 심의 장기화가 해소될 지 관심이 몰린다.

최저임금위 이원화 방안 등 검토 중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족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는 이달 중 최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논의를 거친 후 의견을 수렴해 내달 개선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안들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연구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간 집중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었으나 연내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

현재 연구회에선 기존 최임위를 최저임금 심의구간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본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법, 위원 숫자를 줄이는 안 등이 검토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파행에 파행…'결정구조', 갈등 주범

그간 최임위에선 '파행'이 빠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심의가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단 9번 뿐일 정도다.

심의 장기화 및 노사 갈등의 주범으로 꼽히는 건 결정구조와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처음으로 논의된 플랫폼 종사자, 특고(특수고용)종사자 등 '노무제공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도 올해부터 최임위 '단골 손님'이 될 전망이다.

현행 최임위 구성은 노동계 위원 9명, 경영계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다. 노사가 각각 최저임금안을 제출하지만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공익위원 측에선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다. 노사 대립 구도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은 논의의 진전을 위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수 있다. 지난해 구간은 1만~1만290원이었다.

이후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표결에 부쳐지나 결국 노사 중 한 쪽이 불참하며 파행으로 귀결된 사례가 수 차례다. 노동계에선 공익위원의 안이 정부의 '입맛'대로 결정된다며 줄곧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영계가 매년 강조하는 업종별 차등적용도 파행의 주범 중 하나다. 지난해 최임위에선 차등적용 여부가 표결에 올랐으나 근로자위원 중 하나가 이에 반대하며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물리적 방해가 일기도 했다.

결정체계 이원화해 독립성 확보할까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해 7월12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뒤쪽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은 10030원 결정된 표결결과가 보이고 있다. 2024.07.12.
이 같은 갈등에 연구회는 위원회 이원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도 고용부는 노사 및 전문가 등과 함께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분리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77.4%가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개편돼야 한다고 답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구간설정위원회의 역할은 최저임금안의 심의구간을 결정하는 것이다. 또 심의기간 외에도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위원들은 노사 관계자가 아닌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다. 노사정이 먼저 5명씩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배제하는 식이다.

결정위원회는 심의구간 내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한다. 노사 위원은 각 7명씩이며 공익위원은 국회에서 4명, 정부가 3명을 추천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고용부는 이 같은 개편안을 발표하며 구간설정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결정체계를 이원화해 합리성 및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연구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 "노사가 진영 논리 대변만"

12대 최임위 공익위원을 맡아 2023년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한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원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노 위원은 "기존에는 노사가 지나치게 자기 진영 논리를 대변하다 보니 공익위원들의 부담이 가중돼 구간을 인위적으로 좁혀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간설정위원회를 통해) 1차적으로 간극을 줄여 놓은 상태에서 대화를 하면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간설정위원회 구성은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노 위원은 현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위원 수'를 꼽았다. 노 위원은 "위원 수가 너무 많아 논의가 산만하게 이뤄지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세청 등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의 다양한 분석 결과를 심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9860원)보다 1.7% 오른 1만30원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37년 만에 사상 첫 1만원대 최저임금 시대가 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ida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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