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으로 '1.6 의사당 폭동' 흔적 지워져.. "평화 시위"로 둔갑할 판

차미례 기자 2025. 1. 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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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문짝과 깨진 유리창 교체..기소된 1250명 사면설 나와
트럼프의 "폭동은 과장, 폭도들이 오히려 피해자"주장이 득세
미국 민주주의 근간 파괴한 역사적 사건을 "없던 일"로?- AP
[ 워싱턴=AP/뉴시스] 2021년 1월 6일 워싱턴의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동. 당시 깃대를 가지고 경찰관을 폭행한 테네시주의 전직 교도관 조셉 파디야가 워싱턴 연방 법정에서 12일 6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트럼프 재집권으로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025.01.05.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백악관 입성으로 미 의사당의 "1.6의사당 폭동"의 흔적들이 지워지거나 폭력의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고 AP통신이 자세히 보도했다.

의사당 건물 벽들의 그 날의 흔적은 모두 수리가 끝났고 폭도들이 깨부순 유리창과 문들은 모두 교체되었다. 지금은 폭동이 일어난 사실을 알리는 어떤 전시물이나 피해 잔여물, 기념판 조차도 찾을 수 없다.

의사당의 상하원 의원들도 1.6 폭동 4주년 기념일이 다가왔지만 아무도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부분 그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하는 대로 그 날의 폭동은 과장 선전된 것이며 폭도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침입 폭동으로 미국 민주주의가 뿌리 채 흔들렸던 그 사건이 지금은 마치 일어난 적도 없는 일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민주당의 피터 웰치 상원의원( 버몬트주)은 이에 대해 " 1.6폭동은 지워졌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트럼프가 승리자이다. 트럼프판 1.6폭동은 "평화 시위"다. 물론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개탄했다.

트럼프는 그 동안 1월 20일 취임하고 나면 첫 날에 당시 폭도들을 사면하겠다고 선언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공산이 크다.

웰치 의원은 "트럼프는 의사당 폭동을 자기 주장의 버전으로 바꾸고 정말 사면을 실시할 것"이라며 사법 정의에 대해 우려했다.

1.6의사당 폭동의 폭도들은 1250명이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민주당)과 트럼프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의 죽음을 요구하며 바이든 당선의 의회 인준을 방해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 의사당을 유린했다.

폭도들은 남부 연합의 옛 국기를 들고 화학물질과 손목을 묶는 집 타이까지 들고 난입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선거를 도둑 맞았다는 가짜 주장만을 믿고 의회에서 바이든 당선의 최종 승인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의사당 난입이란 최악의 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그 폭동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났고 당일 저녁 의회는 정상화되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승인 절차를 마쳤다.

트럼프의 폭동 선동 혐의 관련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7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한 명인 리사 무르코프스키 상원의원 ( 알래스카주)은 1.6폭동에 대해 "정말 최악으로 어두운 시기였다. 일부 의원들은 정말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것 조차 싫어한다.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트럼프 지지자로 인디애나주지사에 당선돼 올 해 의원직을 떠난 마이크 브라운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공화당 의원 다수는 바이든 정부나 법무부가 일부 폭도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1월 6일 당시 의사당에 있었던 사람들일 수록 그 사건과 거리를 두고 떠올리기조차 싫어한다고 했다.

브라운은 "우리 모두 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그 문제에 대한 전혀 상반된 이견이 다시 부각되면서 분열과 의견대립이 심화될 것 같다. 최대의 치유 방법은 그냥 묻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의회는 2022년 3월에 "1.6폭동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의회 경찰관들, 워싱턴 시경 소속 경찰관들, 기타 연방 정부와 각주, 지역의 경찰 및 사법 인력들이 의사당 수호를 위해 폭도들과 대치하며 용감히 싸웠던 사실에 대한 공로훈장"을 수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의사당 건축 담당에게 명해서 그 명예훈장의 명단을 의사당 서쪽 정면 폭도들의 난입과 전투가 가장 심했던 현장에 기념판으로 영구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기념판은 설치 되지 않았다. 왜, 누구 책임으로 그렇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의사당 건축과는 이 문제의 책임을 하원 경비단에 떠넘겼고 이들은 언론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당시에 이를 추진했던 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라고 익명을 요구한 당시 보좌관은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도 찬성핶다.

[클린턴= AP/뉴시스] 지난 해 1월 6일 트럼프의 아이오와주 선거유세에서 1.6의사당 폭동 3주년을 맞아 지지자들이 그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2025.01.05.

하지만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공화당)은 기자들의 언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원 행정위원회의 조 로프그렌 의원(민주당)이 설치가 안된 이유를 문의하면서 "지연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이든 답변을 해주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알려달라"고 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다고 했다.

조 모렐 민주당 하원의원에 따르면 명예훈장 명단의 현판 설치를 이처럼 거부하고 있는 것은 '1.6 의사당 폭동과 미국 의회 경찰의 희생'을 축소, 부인하려는 의도라고 해석된다.

의회 경찰은 그런 일과 무관하게 트럼프 취임식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수천 명의 경찰관들이 1월 20일 취임식 경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1.6 폭동 당시 의회 경찰관으로 서쪽 출입구에서 폭도들과 싸우다 부상 당해 은퇴한 아킬리노 고넬 전 경찰관은 자기는 그 일로 모든 경력과 건강까지 잃었고 일부 친척과 친구들까지 1.6폭동 후유증으로 거리가 소원해 졌다고 말했다.

의회경찰관들도 그 날 일을 입밖에 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고넬 전 경찰관은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일이 헛수고였다. 정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그 명판이 설치돼서 트럼프가 취임식 단상에 오르기 전에 그 희생자 명단을 보고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와 어떤 피해를 낳았는지 생각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6 당시 트럼프 책임을 인정했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핵심 의원들도 지금은 태도를 바꾸거나 말을 바꾸거나 아예 언급을 거절하는 등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특히 지난 해 대선을 계기로 선거기간 동안 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를 찾아가 만나거나 심지어 유세장에서 그를 향해 기립 박수까지 보내는 등 친트럼프 일색으로 행동했다.

지금 이들은 당시 의사당 폭동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끌었던 민주당 의원들을 오히려 비난하면서 위원회가 애써 수집한 동영상 증거물과 목격자들 증언까지 부인하며 트럼프의 주장 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현재 옥중에 있는 폭도들까지 " 인질들"로 표현하며 사면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에도 동조하고 있어 앞으로 1.6이사당 폭동이 그의 말대로 "평화 시위"로 둔갑할 가능성도 크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하지만 의사당 종사자들은 부서진 문짝, 깨어진 유리창은 교체할 수 있어도 그 날의 폭동이 자기들과 미국민에게 안겨주었던 충격과 고통은 쉽게 잊히거나 사라지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역사를 믿는다"고 이들은 기자에게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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