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도 공격하는 트럼프, 자신만의 방식으로 '종전' 해낼까

이영민 기자 2025. 1. 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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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은 美국]③
[편집자주] 미국이 다시 트럼프라는 '갈지(之)'자 리더를 다시 맞는다. 취임 첫날부터 불법이민자 추방, 고율 관세 선언이 나올 전망이다. 보호무역을 펼칠 미국은 EU 탈퇴 후 고전하는 영국의 길을 걸을까, 당선인의 말대로 다시 위대해질까. '아메리카 온리'를 외치는 트럼프의 미국을 진단해본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묘사한 러시아 전통 목조 인형 마트료시카가 판매되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에서 2년11개월, 중동에서 15개월째 이어지는 '두 개의 전쟁'의 운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손에 넘어갔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 동맹에도 관세 공격을 하는 냉혹한 이미지의 트럼프 당선인이지만, 전쟁에 대해서는 "취임 후 24시간 내 끝내겠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결을 달리하려 한다. 잃었던 미국의 억제력을 그가 되찾을 수 있을까? 일각에선 그의 전쟁 종식 선언이 허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1기 때 북미 정상회담도 몇 차례 가졌지만 결실은 맺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전쟁 조기 종식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내가 빨리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인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종전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 시작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자 키스 켈로그 내정자는 정부 출범 전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협상보다는 우크라이나 현황 조사를 위한 방문이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새해 첫날 직후 시작될 이번 방문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조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트럼프를 향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종전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트럼프가 우리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언제든 회담에 나갈 준비가 됐다"며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종전 의지만 있고 방안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트럼프 당선인 보좌진과 내각 후보자들이 우크라이나에 관한 견해가 각자 달라 아직 구체적인 종전 방안을 세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켈로그 내정자가 지난 6월 제시한 종전 방안인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유예, 전선 동결 후 비무장지대 조성 등을 따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해당 방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말이나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2025년 말에 끝나거나 2026년 중반까지 지속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서안지구 도시 베들레헴에서 관광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키스하는 모습의 이스라엘 장벽 벽화를 배경으로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동 분쟁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그 대리세력인 '저항의 축'을 압박해 전쟁을 끝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이란에 '최대 압박 2.0' 정책을 다시 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이란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강한 경제제재를 가하는 등 이란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폈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예방적 공습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는 벌써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분위기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하마스를 향해 "취임 전까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이 닥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일부 외신은 이같은 경고가 있은 뒤 하마스가 쟁점에서 양보 움직임을 보이며 휴전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고 짚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정책이 중동 분쟁을 더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시리아 골란고원 정착민 확대 계획을 밝히는 등 트럼프를 등에 업고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더불어 이스라엘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뒤 예멘 후티 반군을 향한 공격을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 '저항의 축' 세력을 하나씩 제거한 이스라엘은 최근 다음 표적으로 예멘 후티 반군을 지목하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더욱 강화되고 후티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취임하면 미국은 이들에 대해 금수 조치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도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국제사회 위기를 더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 당시 17개월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존 볼턴은 트럼프의 두 개의 전쟁 종식 선언이 "전부 허세에 불과하다"며 "트럼프의 의사 결정이 즉흥적이고 개인적 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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