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이름이, 몰랐던 얼굴들이 [2024 올해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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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
찰랑 아니고 철렁 아니고 출렁, 다가온다.
기록에 없던 얼굴, 기억하지 않았던 이름들이 출렁이며 온다.
잊었던 것들이,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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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 찰랑 아니고 철렁 아니고 출렁, 다가온다. 깊디깊은 바다, 심해에서 밀려오는 너울 파도처럼. 어둡고 차가운 땅에서 용솟음쳐 올라오는 불덩이처럼, 얼굴이 온다. 이름이 온다. 뭉우리돌들이 온다.
“네 놈은 심히 어리석다. 땅을 사면 주인이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은 정한 이치···.” 적들이 김구에게 말했다. “내 파내지는 고통이 심할지라도 끝까지 뭉우리돌이 되어 살다가 죽으리라.” 그 뭉우리돌들이 박혔던 자리가 온다.
바다 넘어, 광야를 건너 살아생전 한 사람이 걸어가고 달려간 행로가 보인다. 기진하여 묻혔던 초라한 초장지 무덤이, 비스듬히 쓰러져 보이지 않았던 숲속 돌비석이 온다. 남의 나라 낯선 글자로 새긴 비문이 온다. 옛 한글로 새겨넣은 애달프나 서늘한 묘비명이 온다. 기록에 없던 얼굴, 기억하지 않았던 이름들이 출렁이며 온다. 이야기로 온다. 역사로 온다. 잊었던 것들이,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출렁.
사진 김동우·글 권혁란(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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