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당신 앞에 [2024 올해의 사진]

사진 정택용·글 홍은전 2025. 1. 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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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당연하게 선물처럼 받는 것을 어떤 사람은 평생 싸워서 얻는다.

버스를 타고 싶다는 말을,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말을,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말을,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수용시설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얼마나 해야, 어떻게 해야, 이 사회는 알아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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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매년 국내외 다큐멘터리 작가, 그리고 소설가·시인 등과 협업해 ‘올해의 사진’ 송년호를 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짧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글로 한해를 ‘소장’해 보세요.
중증 장애인인 주재영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붐비는 출근길 1호선 전철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당연하게 선물처럼 받는 것을 어떤 사람은 평생 싸워서 얻는다.

버스를 타고 싶다는 말을,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말을,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말을,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수용시설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얼마나 해야, 어떻게 해야, 이 사회는 알아들을 수 있을까.

켜켜이 쌓인 슬픔과 분노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20년이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싸워온 장애인들의 빛나는 자부심이다. 우리는 2001년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장애인들이 맨몸으로 막아섰던 그 지하철을 타고 여기까지 왔고, 2006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한강대교를 네발로 기어서 쟁취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 여기까지 왔고, 2009년 수용시설을 뛰쳐나온 장애인들이 탈시설 권리를 외치며 시설과 세상 사이의 아득한 낭떠러지에 놓았던 징검다리를 딛고 여기까지 왔다.

아침 8시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용기는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 싸움이 가장 쉬워서 택한 게 아니라, 가장 어려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마침내 당신 앞에 도착했다.

사진 정택용·글 홍은전(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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