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오겜2’서 매력 없다고요? 이병헌에 농락 당해”[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원톱 주인공, 배우 이정재가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시즌2에서 그는 전편보다 무거워졌고, 변화의 폭은 더 커졌다. 다양하고도 강렬한 캐릭터들의 정중앙에서 작품을 이끄는 묵직한 캐릭터인 만큼 온 몸을 내던져 하드캐리 했다.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를 담았다.
글로벌 화제작 답게 공개 직후인 지난달 27일 92개국에서 1위에 올랐고, 이튿날인 28일에는 93개국 1위를 기록했다. 첫 공개 후 아직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으나, 누적 기준으로도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TV쇼 부문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상업적 성과와 별개로 국내외 평단과 언론, 시청자의 평가는 엇갈렸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52)는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이런 관심을 받는다는 것에 놀랍고 뿌듯하다”며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떤 작품이든 호불호가 나뉘는 건 당연하고,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생산되는 건 좋은 일”이라며 “‘시즌3’까지 함께 즐겨주시고, 마음껏 평가해주시면 좋겠다”고 담대하게 말했다. ‘최고 출연료’ ‘탑 친분 캐스팅 논란’ ‘한동훈 친분’ ‘MCU 합류설’ 등 쏟아지는 질문에도 시원하게 하나하나 해명했다. 다음은 이정재와의 1문1답이다.
A. 기대가 큰 탓에 부담감도 컸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한 없이 올라갈까봐 걱정도 됐다.(웃음) 각 나라에서 큰 이벤트를 열고 전 세계 축제처럼 번져나가니 신기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내게 늘 이례적인 상황의 연속인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니 기쁘다. 언제 또 한국 콘텐츠로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인사드리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Q. 오랜만에 다시 만난 ‘시즌2’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시즌1 때 감독님께 수없이 물어봐도 분명 시리즈가 아니라고, 이걸로 끝이라고 하셨다. 절대 (더는)안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결국 시리즈가 됐다.(웃음)
삶의 애환, 고통에 짓눌린 사람들. 각양각색 인물의 서사가 단지 복제가 아니라 더 확장되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솔직히 예측이 안 됐다. 그런데 역시 감독님이시더라. 계획에 없던 걸 해내시더라. 13개로 구성된 시나리오를 직접 쓰시고, 1년 정도 촬영하고, 후반 작업까지 3년이 걸렸다. 해외에선 모두들 기적이라고 한다. 감독님을 ‘천재’라고 하더라. 공감한다. 정말 나는 운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Q. 기훈의 서사가 크게 변화했다.
A. 감독님의 깊은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기훈의 새로운 목적,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정말 촘촘하게 그려주셨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다. 흥미로웠고 소중했고 걱정보단 수월했다. 하루 빨리 대본을 받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받자마자 가슴이 뛰었고, 보자마자 매료됐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시즌2에서도 변곡점을 지나 변화하는데 작품의 중심을 잡으면서도 이러한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첫 단추를 잘 끼어야 하다보니, 첫 장면 첫 촬영 첫 에피소드를 가장 중요시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첫 게임인 건 탁월한 전략이었다. 시청자를 익숙한 세계로 빠르게 몰입시킬 수 있었으니까.
Q. 그런 면에서 공유와의 신도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의 신경전, 에너지 맞대결이 상당했는데
A. 공유씨가 자유분방하게 에너지를 발산하면, 나는 그걸 최대한 받아주는 게 임무였다. 워낙 열정적으로 완벽하게 소화해줬기 때문에 수월하게 몰입이 됐다. 그 친구가 그렇게 짝눈인지 처음 알았다. 새로운 얼굴, 에너지라 나 또한 빠져들었다. 멋지게 장면을 완성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A. 기훈이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캐릭터라 1편에서의 밝고 재밌고 소탈한 모습들을 보여줄 기회가 도무지 없더라. 다행히 그 부분은 다른 캐릭터들이 해줬으니까. 기훈은 중심을 잡고 가야하다보니 롤이 달라진거다.
시즌2,3를 나누고, 또 몇화에서 나눌 지에 대해 넷플릭스와 감독님의 고뇌가 굉장했던 걸로 안다. 해외 시리즈는 이런 ‘클리프 행어’(이야기를 절정에서 마무리해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기법)가 흔한데 사실 우리보다 더 강력한 사례가 많아서 국내에선 유독 낯설게 느끼는 것도 같다. 물론 한 번에 쭉 몰아 공개했다면 그것대로 얻는 게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더 오랜 시간이 흐르고, 시즌1과의 텀도 너무 길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편성과 배급 등의 최종 결정은 넷플릭스에 있기 때문에 감독님과 논의 끝에 콘텐츠에 가장 좋은 선택을 했을거라고 믿고 있다.
Q. 그 연장선에서 기훈에 대한 평도 엇갈렸다. 불호 평이 예상 외로 많았는데.
A. 기훈이 변모해 사람들의 죽음을 외면하기도 했다. 그게 변곡점이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 바꿔주시면 어떨까. 계속 좌절되다 보니, 혼돈에 빠지고, 흔들리고 무너지니 바닥을 친다. 그게 인간이니까. 어느 작품이든지, 캐릭터든지 호불호는 당연하다. 다만 전체 서사를 고려해 봐주시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을 거다.
Q. 이병헌과의 호흡은?
A. 사실상 첫 호흡이다. 왜 이렇게 연이 없을까 싶을 정도로 못 만났는데 이번에 제대로 만났다. 시즌1에서도 잠시 스쳐가 아쉬움이 컸는데 시즌2에서 내내 만나 정말 기뻤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일하는 것도 긴밀하게 관찰하고, 좋은 호흡을 주고 받았다. 다만 내가 너무 농락당한다. 영일이는 상당히 재밌게 즐기더라. 작품을 보면서 기훈이 너무 불쌍했다. (웃음)
Q. 평소 친분이 있던 최승현(탑)과는 현장에서 배우 대 배우로 오랜만에 만났다. 소감은 어땠는지, 그로 인한 작품의 논란에 주연 배우로서의 심경은?
A. 인맥 캐스팅에 대한 의혹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입장을 냈고, 기회가 된다면 어떤 오해든 잘 설명을 드려야겠단 생각은 했다. 그것이 뭐든 오해가 쌓이는 건 좋지 않으니까. 최승현 배우는 오랜만에 촬영장에서 만나 일단 반가웠고, 감독님과 긴밀하게 소통한 걸로 알고 있다. 워낙 모든 배우에게 디렉션을 꼼꼼히 해주시는 편이어서, 최승현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연기자든 자신이 펼친 연기에 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인정 받느냐 마냐는 스스로 감내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최승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평가든, 시선이든, 자신이 펼친 연기에 대해 모든 결과를 스스로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Q. 회당 약 10억+α, 역대 최고 출연료를 받았다는데?
A. 정확한 액수를 공개할 순 없지만 오해하고 계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역대 최고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많이 받은 건 맞다. (웃음) 결국 계약은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사이가 틀어지지 않고 서로가 원하는 바를 윈윈하는 최적의 좋은 조건으로 맺는게 가장 좋은 계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만족한다.
Q. 한동훈과의 투샷도 화제가 됐다. 정계진출설까지 났는데...
A. 그냥 동창이다. (웃음) 정말 밥 한 끼 먹은 게 전부다. 식당에서 밥을 함께 먹었는데 직접 담근 김치를 선물 받았다. 그게 너무 감사해서 선물 받은 김치를 들고 사진 한 컷을 찍었다. 내 전화기로 어떤 분이 찍어주셨는데, 그 옆에 한동훈씨의 팬이 있었나보다. 그걸 찍고 올렸더라. 너무 놀랐다. 오해가 확대돼 너무 많이 루머가 생겨났고, 이제 만나기 어려워졌다. 왕래가 조심스럽지 않나. 나는 내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 한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해외 시각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그걸 실감할 때 가장 행복하고 뿌듯하다. 오래 전 해외에 나갔을 때와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질문도 많고, 생각지도 못한 걸 묻기도 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계시더라.
Q.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합류 가능성도 언급됐다.
A. 나도 모르는 내용을 오늘 오전 뉴스로 접하고 깜짝 놀랐다. 혹시 몰라서 (해외) 에이전트에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다. 만약 제안이 들어온다면 너무 감사하긴 한데 캐릭터가 중요하다. 일단 악당이면 못할 것 같다. ‘기훈’이란 인물이 선한 인물로 사랑 받았고, 아직 시즌3까지 공개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완전히 마무리 될 때까지 그 기조는 지키려고 한다. 아니, 나 지금 김칫국 마시는거아닌가? 하하!
Q. 넘사벽이 된 글로벌 인기, 책임감도 무거울 것 같다.
A. 아무래도 무겁다. 그만큼 의미 있는 걸 하려는 마음도 크다. 예전엔 내 일에만 신경썼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언제 또 이런 관심이, 인기가 지속되겠나. 할 수 있을 때 우리 콘텐츠를, 우리 나라의 어떤 좋은 면들을 홍보할 수 있으면 하려고 한다. 지금은 내가 나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래야 하는 사안이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 하려고 한다. 이미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계시질 않나. 이후에 나보다 더 유명한 분들이 또 계속 나올거고 그분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청담 부부 정우성의 근황도 말해 줄 수 있나?
A. 차기작 ‘메이드 인 코리아’를 열심히 촬영 중인 걸로 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근대다 보니 지방으로 주로 촬영을 다녀 요즘 만나질 못한다. 나 또한 해외 프로모션 때문에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얘기를 나눌 새도 없더라. 서로 바쁜 일정이 좀 끝나고 나면 만나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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