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논란·답답한 이정재·호불호...‘오징어게임2’ 감독의 변[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5. 1. 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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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로 찾아온 황동혁 감독. 사진 I 넷플릭스
“친정(한국)이 제일 무서워요. 이 정도로 매서울 줄이야...예쁘게 좀 봐주세요.(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지난해 12월 26일 전세계에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황동혁(53) 감독이 국내 언론과 만나 엇갈린 시청자 평가, 주인공 이정재를 둘러싼 아쉬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탑(최승현) 등 다소 민감한 질문에 모두 답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직후인 12월 27일 92개국에서 1위에 올랐으며, 이튿날인 28일에는 93개국 1위를 기록했다. 첫 공개 후 아직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으나, 누적 시청시간 기준으로도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TV쇼 부문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게임 이야기를 담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공개 후 국내외 평단과 언론,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은 “개인적으론 ‘시즌2’에 대한 만족도가 전편보다 높다”고 운을 뗐다.

황 감독은 논란이 된 최승현·오달수 캐스팅에 대해서는 “여론이 이 정도로 나쁠 줄은 몰랐다”면서도 “감독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다시금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시즌2에서 목표를 위해 곧은 신념이 생겼지만, 거듭된 좌절에 변화하는, 흔들리는 기훈의 모습을 다뤘다면, 시즌3에선 시청자들이 아쉬워했던 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종합적으로 (시즌3까지) 다 보시면 제가 다루고자 한 메시지를 명확하게 느끼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황 감독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오징어 게임2’‘. 사진 I 넷플릭스
Q. ‘시즌2’에 대한 개인적 만족도, 외부 평가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는 시즌1보다 만족한다. 시즌1이 주인공 기훈의 서바이벌을 담은 단선적인 이야기라면, 시즌2는 좀 더 확장되고, 입체화된 이야기다. (올해) 시즌3까지 공개되면 제가 무엇을 말 하고 싶었는지, 다양한 인물들이 왜 필요했는지 더 잘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질 면에서 개인적으론 만족스럽다. ‘시즌3’까지 한꺼번에 보여드리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외부 평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론 예상했던 바와 비슷하다. 시즌1의 서프라이즈 효과가 아무래도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아쉬울 거란 반응은 각오했다. 다만 색깔을 지키면서도 좀 더 고급스럽게 가고자 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 평가들을 계속 찾아보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예상보다 더 아픈 지점도 있고, 후한 점수를 받은 부분도 있다. 로튼토마토 80%대인데 만족한다. 기대감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신선도나 충격적인 쾌감 부분에선 어쩔 수 없이 모두를 만족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Q. 여러 논란이 있는데, 다 예상 범위에 있는 것들이었나?

A. 일단 모든 의견을 존중한다. 많은 분들이 보셨기 때문에 그만큼 만족하는 부분도, 불만족하는 부분도, 예상 못한 반응이 있는 게 당연하다. 다만, 시즌1을 그저 복제한 게 아니라 확장한 것이고, 세계관을 유지하되 바뀐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런 면에 대한 지적은 많이 아팠다.(웃음) ‘시즌3’까지 공개되고 나면 여러 설계, 장치들에 대해 더 이해하고 흥미롭게 봐주실 거라 생각한다.

박성훈 배우가 연기한 트랜스젠더 현주 역에 대한 논란, 오달수·최승현(빅뱅 탑) 배우의 캐스팅 논란, 그 중에서도 최승현이 연기한 ‘타노스’ 캐릭터에 대한 설전이 굉장히 뜨겁고 매섭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마초 흡연이 합법이라 그의 캐스팅을 문제 삼지 않았지만, 국내 여론은 굉장히 안 좋더라.

라인업 오픈 후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예상보다 더 컸다. 그래서인지 캐릭터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개인적으론 그의 연기에 대해 만족한다. 만화적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고, 해외 반응도 국내만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시즌2,3 전체로 보면 총 13화 가운데 초반부에 죽는 캐릭터라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시즌2만 두고 봤을 땐 강렬한 인상이 남았나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평가가 쏟아지고 있더라.

‘오징어게임2’ 출연진. 사진 I 넷플릭스
Q. 말한대로 (탑 등이) ‘시즌2’ 비중이 상당히 큰 데 홍보 활동에는 다 빠졌다. 정면 돌파가 아니었나?

A. 그리 비중이 큰 캐릭터는 아니어서 홍보 전면에 나올 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캐릭터의 존재감이 컸기 때문에 비중도 시청자가 느끼기에 더 크게 느낀 게 아닐까 싶다. 부정 여론을 의식해 홍보에서 그를 뺀 건 아니고 애초에 홍보까지 함께 하긴 어려울 거라곤 생각했다.

Q. (마약 전과를 제외하더라도) 그의 연기력에 대한 불호 반응이 상당한데?

A. (다시 한 번) 최승현 자체에 대한 부정 여론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선 유독 만화적인, 바닥에서 발이 좀 붕 떠있는 다소 과장된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센 것 같다. 시즌1에서도 그런 캐릭터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갈린 바 있다. 배우 자체에 대한 안 좋은 감정과 ‘타노스’ 캐릭터의 과장된 성격이 맞물린 게 아닐까 싶다. 감독 입장에선 잘 소화했다고 본다.

Q. 전직 아이돌 래퍼, 마약 등 ‘타노스’의 설정은 의도된 건가?

A. 그렇다. 최승현에 맞춘 것이 아니라, 젊은 친구들의 그룹을 만들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가상화폐와 마약이란 두 가지가 큰 키워드였다. 젊은층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반영하려다 보니 이런 인물 설정들이 만들어졌다.

Q. 이런 빌런 캐릭터는 배우 입장에선 굉장히 매리트가 있다. 오디션을 진행했다면, 경쟁률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A. 정확한 응시 명수나 경쟁률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던 차에 누군가가 가져온 리스트 중에 최승현이 있었다. 마약 사건 이후로 오래 활동을 쉬었는데, 대마초로 인생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와 상황이 너무 비슷한 인물이지 않나. 이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일단 물망에 올리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할 수 있겠냐고 연락을 취했고 (최승현이) 고민 끝에 하겠다고 해 오디션 겸 리딩을 진행했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을 다시 하라고 했고, 그렇게 타노스가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겪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정도로 (대중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줄은 몰랐다. 어느 정도 용인해주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다. 그러다 캐스팅 공개 후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그때만 해도 그가 한 행동에 대해 몰랐다가, 마약 사건 이후에 그가 네티즌과 벌인 설전이나 은퇴 발언 등을 알게 됐다. 본인이 섣부른 발언으로 일을 키웠더라. 그렇다고 이제와 내칠 순 없었다. 용서 받을 수 있는지 없을지는 연기를 통해 평가받을거라 생각했다. 물의를 빚은 다른 배우들도 처음엔 맹비난을 받지만 결국 본업을 잘 하고 나면 용서를 받았다. 그렇게 활동 재개한 분들이 많지 않나.

Q. 오달수 배우까지 캐스팅되면서 거부감이 더 커졌다.

A. 오달수 배우 같은 경우는 언젠가 꼭 함께 해보고 싶은 배우였고, 사실 법적으로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명확한 죄명이 있지 않다. 어떤 논란에 휩싸여 도마 위에 올랐지만 결과가 없었으니까...게다가 이미 다른 작품에 나오셨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두 사람(오달수·최승현)이 같이 나와서 더 부각된 게 아닌가 싶다. 최승현이 없었다면 오달수 배우의 캐스팅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 같다.

황동혁 감독. 사진 I 넷플릭스
Q. 현재 바뀐 생각 혹은 심경은?

A. 이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더 지켜봐야한다. 내게 달린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어떤 무게감은 충분히 느꼈다. ‘오징어게임1’을 만들고 해외 투어 등으로 시간을 보낸 뒤 바로 시즌2에 투입돼 5년여간을 갇혀 살았다. 관심이 폭넓지 않았던 거다.

‘시즌2’를 위해 각국에 홍보를 다니면서 새삼 우리 콘텐츠에 쏠린 관심, 기대 등에 대해 알게 됐다. 소위 말씀하시는 ‘왕관의 무게’라는 걸 다시 느꼈다. 써보니 정말 너무 무겁더라. 물론 이로 인해 누린 행복, 뿌듯함도 컸지만, 압박감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이 우울한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 우리에게 이런 좋은 콘텐츠가 있다는 걸 알릴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 느끼는 심경은 자국에서 가장 매섭다는 것. 집에 돌아왔는데 마음이 더 안 편하다. 고향이 더 무섭다고나 해야할까. 좀 더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Q. 논란이 아닌 대박이 난 배우도 있다. 특히 ‘딱지남’ 공유의 존재감은 (긍정적으로) 상당했다.

A. 공유 배우가 ‘딱지남’의 역할을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시즌2에서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 멋진 엔딩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공유 배우의 첫 악역 연기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본인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임해줬다. 촬영할 때 폭발적인 에너지, 새로운 얼굴에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정말 잘해줬다.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에 찍으면서도 신이 났다. 일대일로 붙은 이정재 배우를 누르는 듯한 포스까지 인상적이었다. 압도되더라. 그의 인생신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Q. 게임장 밖을 책임지는 위하준 무리의 서사에 대한 호불호도 있다. 일각에선 불필요한 군더더기라고도 지적한다.

A. ‘시즌3’의 스포가 되기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결국 끝까지 보시면 알거다. 그리고 기훈이 다시 게임에 들어간 이유는 외부에서 지원군이 오기 때문에 그걸 믿고 적극 임하게 된다. 그런 서사적 개연성과 언제 이들이 구하러올 지에서 생기는 긴장감, 안팎의 텐션을 유지하고자 했다.

Q. O,X 투표를 넣은 이유는?

A. 시즌1을 만들 때, 남고 싶은 만큼 나가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았다. ‘투표’를 활용해 이런 심리를 담아내고 또 확장시켜보자 했다. 대의를 결정하는데 투표가 최선일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투표 한 번에 모든 걸 거는 게, 대통령 투표만 해도 한 번으로 나라의 운명을 5년간 맡기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지 않나.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보게 되더라. 투표 게임장 안의 O X로 나뉜 모습이 현재 탄핵 찬반으로 갈린 시국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똑같아 보였다. 슬펐다.

황동혁 감독. 사진 I 넷플릭스
A. 주연 캐릭터 성기훈의 매력이 없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답답하고 알고 보면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빌런이란 평까지 나왔다.

Q. 좀 답답한 면이 있지만 인간적이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선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끝내겠단 목표, 복수를 하기 위해 변화된 인물로 나온다. 그러다 계속 절망하면서 또 변모한다. 어떻게 보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건 오영일(이병헌 분)의 논리에 그 또한 빠져든거다. 목표에 사로잡혀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고 다시 바닥을 치면서 계속 변화한다. 많은 혁명가들이 겪는 딜레마를 그에게 투영하고자 했고, 돈키호테 같은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 그렇게 근본적인 시작점을 잃고 스스로 망가져 가지만 마침내 이를 통해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역시나 ‘시즌3’까지 보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

Q. 다양한 평가 속에서 또 전세계 1위다. 게다가 넷플릭스 서비스 전 국가에서 1위라니, 대단한 기록이다.

A. 정말 다행이다. 감사한 마음 뿐이다. 여러 평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기 있는 작품이란 게 증명됐으니 뿌듯하다. 그것으로 마음의 큰 위안을 얻는다. 어느 작품이 콘텐츠 홍수 속에서 이 정도로 관심을 받겠나. 한 나라의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그것도 한국어로 된 작품을 봐주신다는 게 놀랍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어떤 작품도 이런 영광은 다시 누리기 힘들 것 같다. 그만큼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정식 공개 전에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성 후보에도 올랐다.

A. 이변이다. 솔직히 너무 놀랐다. 하지만 시즌2,3를 나눌 때 수상에 대한 마음은 솔직하게 접었다. 시즌3까지 다 나와야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다 보여준 것이고, 그래야 작품의 메시지가 완성되는 게 아닌가.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그게 다 이뤄저야 받을 수 있는 건데 지금 상태로는 수상에 대한 욕심은 아예 없다. 노미네이트 된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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