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질주 미국경제…트럼프 시대 '달러', 최강 자리 지킬까
[편집자주] 미국이 다시 트럼프라는 '갈지(之)'자 리더를 다시 맞는다. 취임 첫날부터 불법이민자 추방, 고율 관세 선언이 나올 전망이다. 보호무역을 펼칠 미국은 EU 탈퇴 후 고전하는 영국의 길을 걸을까, 당선인의 말대로 다시 위대해질까. '아메리카 온리'를 외치는 트럼프의 미국을 진단해본다.
지난해 12월19일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된 잠정치(2.8%)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치로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반면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주축 독일, 프랑스는 위태롭다. 작년 12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독일 제조업의 중심 자동차 산업은 BYD 등 중국 업체의 급부상으로 위기에 처했다. 작년 11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46.0에서 0.8포인트 하락한 45.2를 기록하는 등 유럽 전반의 제조업 경기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독일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의 사이러스 루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이보다 나쁠 수 없다"면서 "프랑스 정치 상황이 불안하고 독일이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등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의 정치적 혼란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역시 2021년 시작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에 그치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계속됐다. 같은 달 소매 판매도 전년 대비 3%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 경제의 예외적인 성장세와 경쟁국들의 부진은 새해 달러화 강세 유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선인의 관세 및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을 낳은 가운데, 지난해 12월 미국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인플레이션 전망 불투명을 이유로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여 강달러에 영향을 줬다.
이는 러시아 제재에 대한 그의 입장에도 반영돼 있다. 작년 9월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러시아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 또는 수정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제재를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나라 제재가 탈달러를 자극해 달러화 지위 약화로 이어진다고 믿는다면서 이 와중에 "중국이 자국 통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선인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연합체인 브릭스(BRICS)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트럼프가 탈달러 가능성 차단에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달러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를 상회했으나 2024년 3분기 말 기준 57.4%까지 떨어졌다. IMF는 달러 독주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위안화 등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경제 부진으로 유로화가 주춤한 가운데 적극적으로 통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장기적으로) 원유 및 천연가스 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하자"고 제안하며 '페트로 위안' 구상을 내비쳤다. 2023년 11월 중국과 사우디는 5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도 체결하는 등 사전정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스위프트에서 퇴출된 러시아의 위안화 결제 수요가 증폭되면서 중-러 간 밀착이 심화됐다. 양국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한 자릿수에서 이제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나홀로 성장하는 '미국 예외주의'로 트럼프 2.0 시대에도 강달러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달러의 세계 위상을 흔드는 시도도 계속 나올 것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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