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끼 3000원' 미친 가성비…"지하철 타고 먹으러 와요"
1인당 6000~8000원선 항시 대기줄
질보다 양… 20대 젊은 직장인도 늘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역 인근 한 한식 뷔페. 오전 11시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두 줄로 매장 입구부터 가게를 빙 돌아 뒤쪽으로 늘어섰다. 이 식당은 최근 ‘이모님’ 한 분을 임시로 고용했다. 주변 직장인 손님들이 몰려 들면서 기존 인력으로는 점심 식사 운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이 식당의 가격은 7700원. 인근 분식점 김밥 두 줄 가격보다도 싸다. 마곡 일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예전엔 한식뷔페에서 쉽게 보기 어렵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손님들도 많이 늘었다. 이들을 겨냥해 60대 식당 주인이 인스타그램으로 매일 나오는 메뉴를 공지할 정도다.
이 식당 주인 정연성 씨(60대)는 “11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데 올해가 유독 바쁘다”며 “직장인 손님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 일대에서 7000원대로는 밥 한끼 못 먹는다”며 “직원이 아홉 명이나 있는 데도 감당 못할 정도로 점심 손님들이 밀려 들어와 급히 직원 한 명을 더 들였다”고 덧붙였다.
치킨 한 마리 3만원, 평양냉면 한 그릇 2만원에 육박하는 고물가 시대. 외식 비용이 급등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 점심값도 부담스러워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업무 지구에선 요새 비싼 맛집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가성비 맛집'으로 한식 뷔페가 주목받고 있다.
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주요 외식 요리 8종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기준 평균 4% 올랐다. 요리별로는 냉면 한 그릇이 1만1385원에서 1만1923원으로 4.7% 올랐다. 비빔밥(1만654원→1만1192원) 가격도 5%나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요리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제 8개 외식 품목 중 서울에서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는 김밥(3500원)·자장면(7423원)·김치찌개 백반(8192원)·칼국수(9385원) 네 가지뿐이다.
이같은 상황에 직장인 손님들이 한식뷔페를 찾아오는 건 1만원 이하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뷔페 가격은 대부분 가격은 6000~8000원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무한 리필 형식으로 운영하는 덕에 저렴한 가격에다가 원하는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현장에서도 한식뷔페 선호를 실감한다. 서울 노량진에서 20여년 간 한식뷔페를 운영한 김승희 씨(50대)는 “지하철 한 두 정거장 정도 타고 찾아올 정도로 인근 지역 외 거리가 약간 있는 곳에서도 직장인들이 찾아온다”며 “최근 들어 생긴 현상”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교통비를 감안하더라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와 밥을 먹는 게 근처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것 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하더라”며 “예전엔 학생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샌 회사원, 공무원 등 손님들 직업군이 다양해졌다”고 평했다. 이 곳의 가격은 6000원. 달로 끊으면 32만원이다. 하루 3번을 다 챙겨먹는다고 치면, 한 끼를 3000원 가량에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젊은 층들 인식도 변화했다. 과거 한식뷔페 하면 초저가 기사식당이나 함바집 등 현장 노동자나 인부들이 주로 식사하는 식당으로 여겨질 정도로 일반인의 발길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샌 유튜브 등으로 MZ세대 명소가 되는가 하면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는 직장 인근의 가성비 좋은 뷔페식당을 물어보는 글이 올라오거나 이를 리스트 형식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한식뷔페' 관련 게시물은 이날 기준 15만2000여개에 달했다. SNS에 능한 20~30대 젊은 층 고객이 늘면서다.
이 덕에 소규모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 비교적 식대가 적은 직장에서도 점심 걱정을 덜었다는 반응도 많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한 마케팅 회사 사장 이모 씨(55)는 “규모가 워낙 작은 회사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처 한식뷔페에 ‘월식’(한달치 밥값을 미리 계산하는 것)을 끊어 식사를 제공해 왔는데 몇 년 전만해도 20대 신입사원들은 점심 식사가 초라하다며 퇴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도 “최근엔 젊은 직원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미리 접했다며 거부감이 별로 없다”고 했다.
구청직원 허모 씨(61)도 “과거엔 점심으로 한식뷔페를 간다고 하면 나이든 직원들만 나섰는데 요샌 젊은 후배들도 따라 오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직원들도 요즘 밥값이 비싸 공무원 식대로는 먹을 만한 곳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한식뷔페에서 팀 회식도 종종한다”며 “며칠 전에도 부서에 새로 발령 받은 직원을 위해 다같이 점심 회식을 했다”고 전했다.
안혜원/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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