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갑'을 택했다"…트럼프 2.0, 세계경제 흔든다
[편집자주] 미국이 다시 트럼프라는 '갈지(之)'자 리더를 다시 맞는다. 취임 첫날부터 불법이민자 추방, 고율 관세 선언이 나올 전망이다. 보호무역을 펼칠 미국은 EU 탈퇴 후 고전하는 영국의 길을 걸을까, 당선인의 말대로 다시 위대해질까. '아메리카 온리'를 외치는 트럼프의 미국을 진단해본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유지된 세계 평화체제)는 끝났다.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평화와 안정의 보증인이었던 미국은 이제 없다.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아름답지(美) 않다. 홀로 증시가 질주하고 경제도 탄탄한 미국의 개별 거래를 우선시하는 정치적 '뉴 노멀'에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의 숙제를 안게 됐다.
반(反)이민도 공짜는 아니다. 대규모 이민자 추적과 체포, 구금, 처리 및 추방에 약 3000억달러(44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이래 불법입국한 이민자를 모두 포함할 경우 미국 인구는 870만명 줄어든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83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경우 2028년까지 미국 경제는 그러지 않을 때보다 7.4% 후퇴할 전망이다. '기회의 나라' 미국은 빛 바랠 수밖에 없다.
이민자의 눈물이 누군가에겐 돈이 된다. ICE 등 미 정부와 계약을 맺고 교정시설을 운영하는 사설 교도소업체 지오그룹(Geo Group)은 트럼프 당선 후 주가가 83%(27일 종가 기준) 뛰었다.
트럼프의 장담대로라면 취임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난다. 다만 우크라이나 영토를 내주는 불평등 협상이 될 공산이 크다. 가자지구 휴전은 빨라질 수 있으나 장기적 해결책인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 국가 및 국경 인정)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이런 미국의 잘못된 시그널(동맹약화)은 중국엔 '일단 침공하면 취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이 될 수 있으며, 북러 밀월 속 한반도 핵 위협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군비 증가는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지난달 나토에 기존 목표치의 2배인 '5% 방위비' 룰을 제시했다. 한국은 아예 '머니 머신'으로 명명했다.
다만 관세는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프랑스 국제경제연구소(CEPII)는 지난 10월 '트럼프 2.0 관세: 세계 경제는 어떤 대가를 치를까?' 보고서에서 보편관세와 대중 고율관세가 적용되고 상대국이 맞보복하는 경우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0.5% 위축되며, 미국 역시 1.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또 관세의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 전가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키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이민자 대량 추방과 관세가 겹쳐 노동력 및 상품 공급이 동시 위축될 경우, 2028년까지 미국 경제가 예상치보다 3~10% 정도 위축되고 누적 인플레이션이 13~23% 높아진다고 추산했다.
트럼프에게 관세는 자국 내 감세를 위한 수단이자 외교 거래에 쓰일 소중한 채찍이다. 관세로 충당되지 않는 부분은 정부효율성 부서를 통해 공공지출 2조달러를 줄여 격차를 메운다는 계획이다. 연방 지출의 약 3분의 1 규모다. 트럼프가 사수한다는 국방예산과 사회보장, 의료보험을 삭감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의회가 이 정도 규모의 예산삭감에 동의할 가능성도 없다. 정부부채 증가가 불가피하다.
시장은 긴장한다. 9월 3.6%였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이미 4.6% 수준으로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다. 증시가 폭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더 뛰어도 관세를 그간 발언한 만큼 부과할 수 있을까. 관세는 국제 무역을 위축시키고 글로벌 사우스의 중국 경제로의 통합과 브릭스 회원국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관세율은 엄포 수준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시카고 글로벌 문제 협의회의 이보 달더 연구원은 "세계에서 우리가 직면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제가 해온 모든 강연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시작됐으나 이제 가장 큰 위험은 우리다. 미국이 위험"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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