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 ④ 희망의 노래로 소외계층 보듬는 조동욱 교수

기타리스트 이상권씨와 매년 6차례 자선공연…수익금은 기부
"저도 보행장애 겪는 장애인…소외된 분들 어려움 더 잘 이해"

인터뷰하는 조동욱 전 충북도립대 교수 촬영 천경환 기자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될 귀한 존재들입니다. 그런 아이들 곁에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음성분석 전문가이자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이웃에게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조동욱 전 충북도립대 교수는 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 전 교수는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800여편의 논문을 게재·발표하는 등 타고난 학구파로 알려져 있으며, 촌철살인의 필력과 유쾌한 입담을 갖춰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언제인가부터 가수로 '음악 봉사'에 나서자 노래도 잘하느냐고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장애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주위에 호탕하게 얘기해온 그는 매년 자선 공연을 열어 그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그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냉대와 멸시를 당했기에 사회에서 소외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 하지만 그런 아픔을 이겨내고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 전 교수는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더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는 "자신의 이익보다 소외된 이웃을 살피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며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사회를 밝히는 많은 분 덕분에 세상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조 전 교수는 한양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동양미래대학, 서원대를 거쳐 충북도립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가 지난해 8월 38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목소리나 안색 등 생체 신호를 연구해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2018년부터 청각장애 기타리스트 이상권씨와 '오버컴 브롬'이라는 팀을 결성해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다.

팀명 '오버컴 브롬'은 극복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오버컴'(Overcome)과 히말라야 산봉우리를 뜻하는 '브롬'(Brum)이 합쳐진 이름이다.

다음은 조 전 교수와 일문일답.

공연하는 조동욱 전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전 충북도립대 교수 제공]

-- 은퇴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 한국산학연협회장과 문화예술콘텐츠진흥원장을 역임하며 중소기업과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열정을 쏟는 분야는 음악을 통한 봉사다. 매년 약 6번의 자선 콘서트를 열어 마련한 수익금을 미혼모, 학교 밖 청소년, 백혈병 환우 등을 돕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더 자주 하고 싶지만, 출연자 섭외와 공연장 대관, 홍보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활동 중이다.

--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 2018년 봉사를 시작할 때는 일본 경제보복 규탄 집회 등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많이 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선 공연을 중심으로 소외 계층을 찾아가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노래 부르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이전에는 고음이나 기술적인 완성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노래의 메시지와 감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소외계층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보행 장애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적 환경이 부족했고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아야 했다. 냉대와 멸시를 당한 경험 덕분에 소외된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한다. 나라의 정책이 눈에 띄는 부분에만 집중되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비단 교육시스템만 봐도 특수교사가 부족하거나 저상버스가 없는 지역이 많다. 아픔을 이겨내고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소외된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처음 공연장에 들어올 때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공연이 재미없을 것 같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나갈 때는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을 느꼈을 때 오히려 내가 더 큰 울림과 감동을 받았다. 진심이 통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더 겸손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 봉사활동이 지역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 일도 있었나.

▲ 미혼모를 돕는 자선 콘서트를 열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았고, 이를 통해 미혼모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기회를 얻어 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기반이 마련됐다. 또 교육 당국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자선 콘서트만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사회를 밝히는 많은 분의 노력이 모여 세상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신의 이익보단 소외된 이웃을 살피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올해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종종 비행 청소년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다. 사회가 그들을 믿어줄 때 그들도 성장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될 귀한 존재들에게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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