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앞두고 막판 대결 격화
18일 선정 전까지 연달아 설명회…공사비 급증으로 일각서 사업성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18일)이 5일로 약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자존심을 건 수주전이 격화하고 있다.
건설업계 1, 2위인 두 업체가 조합원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설계 디자인 대결은 물론 공사비를 빼주는 출혈 경쟁에 더해 사실상 상호 비방전까지 펼치는 상태다.
서울 핵심 지역의 재개발 사업인 데다 압구정 3구역 수주 전초전이라는 것이 막판까지 가열되는 두 업체 간 경쟁의 배경지만,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공사비 급등 상황 등과 맞물려 예상보다 사업성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달 23일 1차 합동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18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3차례 더 설명회를 연다.
공사비 부담 줄이고 사업비 조달력 과시…연일 파격 경쟁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연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공사비와 관련, 삼성물산은 공사비 인상분 314억원 부담, 추가 공사비 증가분 650억원 선반영 등을 조합에 제시했다.
이런 비용은 보통 사업 수주 후 시행인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조합 측과 협의해 조절하지만, 삼성물산은 상당 부분을 자체 감당하겠다는 뜻을 선제적으로 밝혔다
나아가 3조원 규모의 사업비도 자체 조달해 공공기관 보증 수수료를 아끼는 등 최종적으로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현대건설보다 약 2천900억원 더 많게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맞서 현대건설은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보다 868억원 적은 1조4천855억원을 공사비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조합원 1인당 약 7천200만원씩을 아끼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업비 전액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 0.1%를 더한 수준으로 책임 조달하겠다고 밝히면서 'CD금리 + 가산금리 0.78%'를 내세운 삼성물산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두 업체는 설계 디자인과 부대시설 구성을 놓고도 기싸움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한강' 설계에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 부대 시설 조성에 프랑스 유명 현대 미술가 자비에 베이앙과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황금 마차 조각, 단차 5m 규모의 계단식 물길 같은 화려한 볼거리 외에 산책로 주변에 엘리베이터 19대, 에스컬레이터 9대를 배치해 주민 편의를 극대화한다.
네덜란드계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하는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에 한남 뉴타운 일대 최대 규모인 약 3만9천669㎡(1만2천평)로 짓고 골프, 사우나, 피트니스 등 111가지 종류의 시설을 들이겠다고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가구당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 규모가 약 5.03평으로 강남권 신축 아파트 평균의 2배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회사는 최근 홍보관을 열고 상대측 회사명을 직접 거론하며 "조합원 가스라이팅", "좁고 답답한 설계안" 등의 거친 비방전까지 벌였다.
우수한 사업성에 압구정 수주 전초전 성격…제살깎기 경쟁 우려도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해 모두 51개동에 2천331가구 규모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이 제시한 사업비가 약 1조5천723억원에 이를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 중에는 위치와 일반분양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다 삼성물산은 이번에 수주하게 되면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현대건설의 경우 3구역에 이어 4구역까지 수주해 '디에치 타운'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시야를 압구정3구역까지 넓히면 판이 더 커진다.
한남4구역이 서울 재개발 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3구역 수주의 전초전격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다.
압구정 3구역은 5천800가구 규모의 50∼70층 높이의 대형 마천루 아파트로 재탄생시키는 초대형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3구역 재개발이 완료되면 기존 최고급 주거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도 한 수 뒤로 밀리게 될 정도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한남4구역은 강남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2∼3년 뒤 수익과 직결되는 사업지"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번 한남4구역 수주는 양사 수장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라는 평가도 업계에서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오세철 대표와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 선후배 사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공사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조합이 책정한 금액 이하로 공사비를 제시하는 것이 사업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너무 싼 값을 내세워 수주했는데 공사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다 보니 최근 공사비 인상에 따른 시공사와 조합 간 분쟁이 많다"면서 "지금처럼 마진을 적게 남기고 수주했다가 공사 물가가 올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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